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엽기적인 그녀
감독: 곽재용
주연: 차태현,전지현
제작: 신씨네
- 1. 강가, 기차길
FADE IN
강물이 보이고, 강가의 기차역으로 기차 한 대가 들어오고 있다.
기차가 멈추면서 내리는 사람들이 보인다.
DISSOLVE TO
- 2. 강과 기차길이 내려다보이는 나무 아래
기차길이 내려다보이는 산, 어느 나뭇잎이 무성한 나무 아래에 망부석처럼 서있는 견우가
보인다. 아래로 멈춰선 기차가 내려다보이고, 사람들이 내려서 역을 빠져나오는 모습들도 보
인다.
누군가를 기다리는 표정의 견우, 실망한 표정으로 핸드폰의 시계를 본다.
그 위에 흐르는 견우의 나레이션.
견우 2년 전 바로 오늘, 그녀와 저는 이 자리에 타임캡슐을 무더씀미다. 오늘은 우리가 2년
만에 다시 만나는 날이지만 그녀는 아직 나타나지 안씀미다. 전 기다립미다.
FADE OUT
- 3 사진관
FADE IN
사진기의 간유리에 보이는 견우의 거꾸로 보이는 모습.
이어, 양복을 입은 견우가 카메라를 보고 무표정으로 앉아있는 모습이 보이면서 서서히 화
면에 얼굴이 가득 찬다.
엷게 미소를 띠고 있는 견우의 얼굴, 정지한 듯 보이고-
사진사 하나, 둘...
그때, 견우의 핸드폰이 울린다.
견우 잠깐만여... 여보세요...? 네? 고모? 예... 죄송해요... 갈께요. 죄송하다고 했잖아요... 네...
간다니까여? 사진 찍고 있어요... 네.
전화를 끊더니 다시 자세를 잡는 견우. 그 위에-
견우(나레이션) ...부모님은 제가 딸이길 원해서 저는 어려서 부텀 딸처럼 키우셔씀미다.
찰칵하고 셔터가 눌러지면서 후랫쉬가 번쩍이며-
어린시절의 견우 사진으로 장면이 바뀐다. 여자아이처럼 옷을 입고 머리에 리본까지 한 견
우.
견우(나레이션) 그래서 저는 일곱 살까지 여잔줄로만 알았씀미다. 글구 목욕탕도 엄마하고만
갔씀미다. 저는 나이가 들면 꼬추가 점점 작아져서 사라지는 줄로만 알았씀미다. 근데, 정
반대더군여.
FADE OUT-
자막 '전반전'
- 4. 순대집
FADE IN-
복학 기념으로 동료 복학생들과 순대를 먹는 견우.
견우(나레이션) ...저는 군대생활을 무사히 끈내고 복학을 했씀미다.
친구들- -야, 띱때야! 공익근무요원이 무슨 군대생활이냐? 제대 조아하네?
견우 띱때야, 공익근무요원이 뭐냐? 공근이라고 불러! 공근! 이래뵈도 전방에서 근무했단말
야!
친구들 -공근은 구파발이 전방이냐?
-띱때야, 너는 제대한 게 언젠데 인제 연락하고 질알이냐?
-어째뜬 견우가 무사히 제대한 것과 복학을 추카한다! ...건배!
술을 마시다가 순대집 앞을 지나가는 늘씬한 여자를 보더니 눈이 휘둥그래지는 견우.
@.@;;;
견우 제 이상형임미다. 이상형이 지나가면 저는 못참씀미다. 말을 부쳐바야져!
친구1 (저희들끼리)야, 남자들은 왜 이쁜 여자만 보면 사족을 못쓰냐?
친구2 넌 이쁜 여자 보면 사족을 못쓰냐? 난 오족까지 쓸 수 있는데...
친구1 띱때야, 왜 남자들은 이쁜 여자만 조아하냐구... (등등 여자의 미모에 관해 서로 논쟁
을 한다.)
견우, 일어나 나가려는데, 핸드폰이 울린다.
견우 에이씨! 중요한 시간에 ...여보세요? 누구냐?
견우의 母(전화)니 엄마닷! 너 고모네 간다더니 지금 뭐하고 있는 거얏!
친구들은 저희들끼리 계속 논쟁을 벌이며 떠들어대고 있다.
견우 곧 갈 껀대여? (친구들에게)조용히 해 띱때들아. 엉아 저나 받잖아!
견우의 母(전화)오늘은 꼭 좀 갔다 와라, 응? 고모 본 지 너 1년도 넘어찌?
견우 작년에 반나?
견우의 母(전화)고모 작년에 하나밖에 없는 자식 잃고 적적하게 사는 거 잘 알잖아... 너하
구 걔 너무 닮았다 그랜는데... 고모가 너 보면 얼마나 조아하겐니?
견우 닮긴 하나도 안닮았더구만... 고모 만나면 얼굴 비벼대구, 뽀뽀할려구 그래서 싫어. 고
모부두 그렇구...
견우의 母(전화)너 오면 여자 소개시켜준다던데...
견우 고모가 소개시켜주는 여자 뻔하지. 댔다구 그러세여.
- 5. 신도림역.
전철을 기다리고 있는 견우, 발그레 취해 있다.
견우의 시선으로 역의 사람들이 스케치된다.
전철을 기다리는 사람들, 아기를 업은 아줌마, 술에 취해 남자에게 안겨 엉엉 우는 여자 등
등이 보이고-
견우 (나레이션) 전 언제나 순정만화 속의 주인공같은 그런 여자를 만나고 싶었습니다.
그런데 바로 그날...
견우, 승강대 끝에 위험하게 서서 술에 취해 까딱까딱거리고 있는 '그녀'를 발견한다.
그때 전철이 역으로 들어오고 있다.
몸이 앞으로 숙여지며 달려오는 전철에 치기 직전의 그녀.
견우 (나레이션) 앗, 자살?
견우, 후다닥 다가가 전철이 스치는 순간, 그녀를 잡아준다.
견우를 쓰윽 돌아보는 그녀, 눈이 풀어져 있다.
견우, 멋쩍은 듯 미소짓더니 멈추는 전철을 바라보고 있다.
앞을 바라보는 견우의 옆모습을 바라보는 그녀.
견우, 그녀의 눈길이 따가워 힐끔거리고 있다.
이윽고 전철이 멈추고 문이 열리자 안으로 들어가는 그녀와 견우.
- 6. 전철 안
그녀와 견우, 서로 맞은편의 팔걸이 옆에 서있다.
그녀를 흘끔흘끔 쳐다보는 견우.
견우 그녀는 제 이상형이지만 전 싫씀미다. 왜냐구여? 전 술에 취한 여자는 딱 질색입미다.
그녀에게서 고개를 돌려 외면하는 견우, 하지만 시선이 저절로 그녀에게로 향한다.
그녀, 몸을 돌려 팔걸이에 배를 대고 앞뒤로 까딱까딱거리고 있다.
견우, 그 모습을 보더니 히쭉 웃으며 옆사람을 보는데, 옆사람은 썰렁하게 바라볼 뿐이다.
겸연쩍어지는 견우.
취해서 중심을 못잡고 까딱거리던 그녀, 앞에 노인이 서서 신문을 보고 있고, 젊은 친구가
노약자석에 앉아있는 모습을 보더니 눈동자가 마치 가로등 불처럼 반짝하고 켜진다.
그녀 야, 얼른 일어나! 노인네한테 자리 양보해야짓!
청년이 눈을 불량스럽게 뜨지만, 그녀의 눈에는 힘이 더 들어가 있다.
청년, 모두 주시하고 있던 터라 자리를 양보하고 다른 칸으로 향한다.
그녀 그리구 너! 분홍색 옷 입지마! 알았어?
그녀를 위아래로 힐끔 훑어보며 가버리는 청년.
노인, 당연하다는 듯 자리에 앉고-
우와! 하고 놀라는 표정으로 바라보는 견우.
그녀, 눈이 다시 빠른 속도로 게슴츠레 해지더니 팔걸이에 배를 대고 까딱거리고 있다.
디졸브되며 여러 역을 거치며 사람들이 오르고 내리는 장면이 이어지다가-
표정이 심상치 않은 그녀의 모습을 견우가 바라보고 있다.
갑자기 속에서 무엇이 올라오는 듯 소리없이 우웩우웩 헛구역질을 해대는 그녀.
견우, 그녀의 표정을 보더니 속이 메시꺼워진다.
급기야 오바이트를 우웩 해대는 그녀.
노인의 머리 위로 그녀의 토사물이 쫘르르 쏟아져 내린다.
견우 0.@;;;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되는 전철 안.
여기저기서 쑤근쑤근대고, 잠자는 애인에게 보라고 깨우는 여자도 있다.
토사물 폭격을 받은 노인, 말도 못하고 눈을 껌뻑거리고 있더니 눈물을 글썽이며 조심조심
가발을 벗겨내고 있다.
노인이 가발 벗는 모습을 넋을 놓고 바라보는 승객들.
순간, 그녀의 눈동자가 견우에게 향하더니-
그녀 자기야... !
그녀, 또 한번 헛구역질을 해대더니 뒤로 쿵 하고 넘어져 버린다.
승객들과 견우의 시선, 모두 넘어지는 그녀를 따라가고-
이어 승객들의 시선이 견우에게로 집중된다.
황당해서 어쩔 줄 모르는 견우.
견우 자기라뇨... 저 아녜요... 저 아녜요...
노인 모햇? 빨리 학생이 뒷처리햇!! .
견우 (어이없어 웃으며) 자기 아닌데...
노인 아니긴 뭐가 아냣! 이리와!
시무룩해지는 견우, 엉거주춤 노인 앞으로 간다. 토사물을 담은 가발을 들고 앉아있는 노인
을 보자 피식피식 웃음이 나오는 견우.
노인 뭘 웃어! 애인이 술에 취했다고 나몰라라 하고 있어? 빨리 어떻게 좀 해봣!
견우, 사람들의 눈총이 따갑자 웃옷을 벗어 노인을 이렇게 저렇게 닦아주고 있다.
그 동안도 큰 대자로 뻗어서 누워있는 그녀.
견우 죄송합니다... 세탁비라도...
노인 돼썻! 애인이나 잘 챙겻!
이어 런닝 바람의 견우, 누워있는 그녀를 내려다보며 울상을 짓는다.
- 7. 부평역
전철이 떠나고 있고-
견우가 축 늘어진 그녀를 업고 있다.
사람들이 역으로 빠져나가고 있고, 그녀를 업은 견우, 맨 뒤에서 터벅터벅 걸어가고 있다.
보는 사람들이 없자 벤치에 그녀를 슬며시 내려놓고 후다닥 달아나버리는 견우.
표를 내고 밖으로 달아나는 견우.
밖으로 홀가분하게 걸어가는데-
역 안 벤치에 홀로 누워있는 그녀가 보인다.
양심에 걸린 듯 망설이는 견우. 그때, 그녀가 뒤척이다가 벤치 아래로 쿵 떨어져 버린다.
비척비척 일어나 벤치로 기어올라가 눕는 그녀.
그 모습을 바라보다가 한숨을 푹 내쉬더니, 다시 역 쪽으로 달려가는 견우.
슬며시 넘어가려는데-
역무원 학생! 그냥 들어가면 어떠캐! 표 사야짓!
할 수 없이 표 사는 곳으로 다가가는 견우.
견우 일 구역 한 장이요!
DISSOLVE TO
- 8. 부평역 앞
그녀를 업고 부평 역 앞을 걸어가고 있는 견우.
여관을 찾아 여기저기 기웃대는 견우의 모습들이 디졸브로 이어지며-
견우(나레이션) 개똥도 약에 쓸려면 없다구 그 많던 여관이나 모텔이 오늘은 웰케 눈에 안
띠는 겁니까? ...술먹고 뻗은 여자 델구다니기 싫씀미다. 업고 다니긴 더 싫씀미다.
이리저리 땀을 뻘뻘 흘리며 왔다갔다하는 견우.
그러다 한 곳을 보더니 기쁜 표정을 짓는다.
- 9. 억수장
억수장이란 간판 아래-
견우, 그녀를 업고 다가와 문을 조심스럽게 연다.
끼기긱 소리를 요란하게 내며 열리는 여관 문.
문소리에 창문으로 머리를 빼꿈 내놓고 보는 주인 남자.
주인남자 뒤의 벽에는 똑같이 생긴 다섯 쌍둥이 사진이 낡은 신문기사와 함께 붙어있다.
제목, '독수리 오형제로 키우고 싶어요.'
여관 주인 아이구... 샥시가 떡이 됐네에!
하더니 견우를 흘겨보는 주인.
견우 아녜여! 왜 이상하게 보세여?
여관 주인 (흘기며)아니긴 뭐가 아냐? 다 아는데...
견우 우리... 약혼했단 말예요!
다리를 후둘후들 떨고 있는 견우를 위 아래로 흘겨보는 주인.
여관 주인 침대 방으로 줄까? 온돌방으로 줄까?
견우 (울상이 돼서) 아무거나 빨리 주세요. ㅠ.ㅠ;;;
앞장서서 걸어가는 주인, 층계를 어기적대며 올라간다.
견우 일층엔 없어요, 아저씨?
여관 주인 4층!
견우 ㅜ.ㅜ;;;;
- 10. 여관 방
문이 열리고, 안으로 들어와 침대에 그녀를 던지듯 팽개쳐 버리는 견우.
침대에 기대어 앉아 헉헉거리고 있는데-
그녀의 손이 견우의 어깨에 척 올라온다.
손을 잡아 뒤로 툭 넘겨버리는 견우, 한숨을 쉬며 담배를 붙여 피운다.
그때, 노크와 동시에 문을 여는 주인 남자, 의상이 좀 전과 틀리다.
여관 주인 닮은 남자 숙박부 적어줘야지... 사 만원이야 학생.
견우 네에? 사 만원이여?
여관 주인 닮은 남자 왜? 싫으면 다른 데로 가고...
견우 ...대써요. -_-;;
돈을 주고 숙박부를 꼼꼼히 적는 견우. 여관 주인이 넘겨보며 읽고 있다.
여관 주인 닮은 남자 서울 특별시 XX구 XX동...
견우가 째려보자 고개를 돌리는 주인, 좀 있더니 다시 넘겨다보며 읽어댄다.
여관 주인 닮은 남자 칠칠공이공삼 일일육이육일삼... 전화번호 공일육 삼삼오에...
견우 아저씻! 왜 자꾸 따라 읽어요?
여관 주인 닮은 남자 --;;
숙박부를 집어서 나가는 여관 주인을 닮은 남자.
견우, 코를 자기 옷에 대고 냄새를 킁킁 맡아본다.
메시꺼운 냄새에 열받는 견우, 쌕쌕 잠이든 그녀를 째려본다.
견우 그렇게 오바이트를 했는데도 자기 몸엔 전혀 안 묻었더군요. 대머리 아저씨하고 저만
개피를 본 거심미다. 기술도 졸라 조씀미다.
이어 잠든 그녀의 몸으로 카메라가 샅샅이 핥아 가면-
그녀의 목에 딱 맞는 목걸이가 보이고 팬던트에 잎이 무성한 나무가 새겨져 있다.
잠자는 그녀를 바라보며 야릇한 느낌에 사로잡히는 견우.
그때, 문을 똑똑 두들기는 소리와 동시에 또 여관 주인이 들어온다.
여관 주인 숙박계 써야지. 숙박비 삼만원 선불!
견우 네? 조금 아까 숙박계 쓰고 사 만원 냈잖아요!
여관 주인 뭐라구? 사만원? 언제 내? 내가 받질 않았는데? ...너 무전취침으로 콩밥 한 번
먹어볼래? 엉?
견우 (숙박계를 열어 보며)이것 봐요! 이거 제가 쓴 거란 말예요!
중얼중얼 숙박계를 읽는 주인.
여관 주인 아이, 이 개새끼가 정말 죽을려고 환장을 했나?
견우 (쫄아서) ...네? ...아니...
여관 주인 아니, 학생 말고 내 동생 말야! 고 새끼가 또 받아 챙겼네...
견우 ...?
여관 주인 신경 쓰지말어... 우리 다섯 쌍둥이거덩... 옛날에 신문에도 났었잖어. '독수리 오
형제로 키우고 싶어요.' ...셋째 놈이 와있는데... 아니 ...셋짼가? 넷짼가? 하여튼 이눔의 새낄
그냥!
여관 주인, 문 밖으로 나가버린다.
견우 만원! 돌려줘야져!
고개를 푹 숙이는 견우.
이어 시끌벅적한 복도를 마치 <바톤 핑크>에서처럼 훑어가는 카메라- 디졸브 되면서-
욕탕에 들어가 옷을 능숙하게 착착 개어서 하나씩 밖으로 내놓는 견우.
물 트는 소리가 치익 나고-
그때 방안에서 울리는 핸드폰 소리!
욕실 문이 스르르 열리면서 견우가 젖은 알몸으로 나온다.
잠든 그녀를 바라보며 살금살금 다가가 그녀의 가방을 후다닥 집어 욕실 앞에서 뒤지는 견
우.
핸드폰을 꺼내 받는다.
견우 여버세여? 핸드폰 주인요? 네... 지금 자고 있는데요? 네? 여기요? 부평역 근처에 있는
억수장인대여?
견우의 말이 끝나자마자 딸깍 하고 전화를 끊는 소리가 들린다.
갸우뚱거리며 핸드폰을 백에 넣어 던져놓고, 다시 욕실로 들어가는 견우.
견우 빨리 씻고 토껴야 대.
DISSOLVE TO
목욕을 끝낸 견우, 욕실 문이 열리더니 견우의 머리가 빼꿈 내밀어진다.
수건이 화장대 위에 놓여있다. 밖에선 경찰차 소리가 가까이 다가오고 있고-
견우, 알몸으로 살금살금 욕실을 나와 잠자는 그녀를 가로질러가더니 수건을 집어든다.
그때, 방문이 쾅 하고 부서지듯 열리더니 여경 둘이 가스총을 앞세우고 쳐들어온다.
그 광경을 바라보며 놀라는 알몸의 견우, 뒤늦게 수건으로 자신의 사타구니를 가린다.
알몸의 견우와 술에 쩔어 자고 있는 그녀를 번갈아 바라보는 여경들.
여경1 지금 모하는 거얏! 손들엇!
얼떨결에 손을 들고나서야 아래가 허전한 것을 깨닫는 견우, 울상이 되서 다시 손을 내리는
데-
가스총을 땅- 쏴버리는 여경.
뽀얀 연기 속에 휩싸이는 견우,
눈물, 콧물, 게거품을 흘리며 뒤로 쓰러져버린다. ㅠ.ㅠ;;;
FADE OUT
- 11. 경찰서
눈물과 콧물을 흘리고 있는 견우.
경찰이 견우의 어깨를 잡아 유치장으로 데리고 간다.
견우 아니라니까여? 말씀 드렸잖아여! 피해자는 저라구여! ㅠ.ㅠ;;;
경찰 내일 얘기하고 우선 들어가!
시무룩하던 견우의 표정, 유치장안을 돌아보더니 공포스러운 얼굴로 바뀐다.
견우 뜨악! 0.,O;;
철창 안에는 험상 굳은 조폭들이 가득 차있다.
험상을 더욱 긁으며 견우를 바라보고 있는 조폭들, 얼굴과 흰 와이셔츠에 온통 피범벅인 놈,
옷이 사시미 칼자국에 너덜너덜 한 놈, 머리가 깨져서 동여매고 있는 놈, 팔이 부러져서 찢
어진 옷으로 칭칭 감은 놈, 등등 패싸움 직후에 잡혀온 듯 살벌한 분위기다.
견우, 경찰이 유치장에 밀어 넣는데 안들어가려고 뻐팅기고 난리다.
억지로 견우를 구겨 넣는 경찰.
울상이 된 견우, 조폭들 사이에 끼어서 눈치를 보며 침을 꿀꺽 삼킨다. ㅜ.ㅜ;;
견우의 주변으로 좀비처럼 어슬렁어슬렁 다가오는 조폭들.
견우, 무서워서 오돌오돌 떨고 있다.
한 쪽 구석에는 등을 돌리고 장기를 두고 있는 조폭 두목.
조폭1 너, 이름이 뭐냐!
견우 ...!(쫄아서 미소지으며 꾸뻑 인사만...)
조폭3 새꺄! 형님이 묻잖아! 대답안해! 엉?
견우 ...견웁니다!
조폭2 여긴 뭐땀시 들어왔냐, 잉!
견우 저... 전 아무 죄도 안지었어요. 정말이에요!
조폭2 뭐여? 그럼 우린 죄를 져서 들어왔다 거여? 엉?
견우 아, 아니 그게 아니구요...
조폭3 (무지무지 열받은 표정으로) 아니긴 뭐가 아냐, 개새꺄! 두글래? 엉?
견우 죄송합니다! 시정하게씀미다. ㅜ.,ㅜ;;
서로 마주보고 낄낄 웃어대는 조폭들.
견우 -.,-;;;;
조폭2 느, 강간으로 들어왔지, 그지!
견우 아닙니다! 정말 아닙니다! /
조폭2 느, 손가락 짤리고 자백할래? 그냥 할래? 잉?
조폭3 이새꺄! 빨리 사실대로 말 해! 형님이 무짜나!
견우 (꿀꺽!)
조폭3 이새끼! 형님한테 개기는 거야? 엉? 니 배때기에는 사시미 안들어갈 줄 알아? 엉? 똑
바로 대답 못해?
견우, 무서워서 부들부들 떨고 있는데-
조폭두목 야! 조용히 해라! 엉?
조폭2 알았습미다, 형니임... 조용히 시키게씀미다, 형니임.
견우, 돌아보면 조폭 두목이 억수장 주인과 같은 얼굴이라 놀란다.
견우 ...!
조폭 두목 ...너 나 알어? 이리와바!
견우 (조폭 두목에게 다가가며) 저 억수장 주인 아저씨 동생... 맞져?
조폭 두목 그새끼 얘기 꺼내지 마! 그새낀 형도 아냐! 알겠어? 그새끼 얘기 다시 한 번만
꺼내면 니 두 손을 닭발처럼 으깨서 초장에 버무린 다음 연탄불에 살짝 구어서 술안주로 먹
어버릴 거다. 뼈까지... 알겠어?
견우 ...네!
눈치를 보고 있는 견우의 얼굴에서-
짧은 FADE OUT
- 12. 동. 경찰서 유치장 (아침)
짧은 FADE IN
조폭들이 옹기종기 모여서 해장국을 먹고 있다.
한쪽 구석에서 침을 삼키며 바라보고 있는 견우.
조폭3 뭘봐, 새꺄! 안찌그러져?
한 쪽으로 밀려나 조폭들의 후루룩 쩝쩝 소리에 침을 꿀꺽 꿀꺽 삼키는 견우. -___,-;;
경찰 견우! 나와!
유치장 문을 열어주는 경찰.
견우 유치장을 나오는데-
조폭들 -잘가라! ^^;
-연락해라, 잉? 또 보자, 잉! ^____,^
-넌 짜식아 구치소로 가는 거야! .
-또 만나면 인사 꼬박꼬박 해라, 아란냐? ^^
조폭두목 깍두기 하나씩 머그라고 그래찌!
조폭 두목이 깍두기 두 개 먹은 부하를 코피가 나도록 패고 있다.
견우 형님들, 안녕히 계세여!
인사를 받는 조폭들. 맞던 조폭도 코피를 흘리며 뒤돌아보고 꾸뻑 한다.
- 13. 경찰서 앞
혼자서 터덜 터덜 나오는 견우.
주머니에는 돈도 없다.
쓸쓸히 걸어서 경찰서를 벗어나고 있는 견우, 맞은편에 한 여자가 지나친다.
돌아보며 걸어가고 있는 견우.
- 14. 견우의 집
엄마가 진공청소기로 청소를 하고 있다.
견우 다녀와씀미다.
인사를 꾸벅하고 엄마를 지나쳐 자신의 방으로 가려는 견우.
엄마가 런닝 차림을 보며 인상을 쓰고 있다.
엄마 부평 가따 완니?
견우 ...네 가따 와써여.
견우가 대답을 마치자 마자 별안간 청소기 빨대로 때리는 엄마.
견우 아야! 왜 때려여, 엄마!
엄마 너, 이리왓! 너 어디서 자빠져 자고 와써? 고모네 집에서는 너 안왔다고 난리난는데,
어디서 고진말 시킬려고 그래, 엉? 그리고 멀쩡한 옷 입고 나가서 이게 모야? 너, 똑바로 말
해 어디갔었어 ! ! 옷은 어떻게 했고! 바른대로 말해! 군대도 가따 오고 복학까지 했으면 뭔가
달라져야짓! 너, 귀가 시간이 몇시야, 엉? 열시자나! 그러면 고모네 열 시까지는 들어갔어야
짓! 어디서 외박을 해, 엉?
견우 엄마가 부평가따완냐고 해짜나여! 고모네 집은 안가찌만 부평엔 가따와딴 마레요!
엄마에게 얻어맞고 있는 견우.
견우(나레이션) 저 불쌍한 놈임미다. 술에 취한 여자 때문에 이게 몸미까? 정말 둑고십씀미
다.
DISSOLVE TO
- 15. 견우의 방
이부자리를 깔고 누워있는 견우.
눈을 껌뻑거리다가 서서히 잠에 빠져들고 있다.
그 위에-
견우(나레이션) 다 아시져? 저는 복딩이임미다. 공과대에 다니고, 공부요...? 머리는 조은데
안합니다. 그건 울엄마, 아빠가 보증합니다. *^^*;;
인터컷-
중학교 시절, 견우가 무릎을 꿇고 두 손을 들고 있다.
그 앞에 20점 짜리 성적표를 들고 있는 엄마
엄마 너 머리는 조은데, 공부를 안하는 게 탈이야.
고딩 시절, 견우가 무릎을 꿇고 두 손을 들고 있다.
그 앞에 성적표를 들고 있는 아빠, 엄마.
아빠 넌 머리가 조키 때문에 쪼끔만 공부하면 금방 따라잡을 수 있다구.
다시 현실, 잠에 취한 견우,
견우 여러분은 자식 낳거든 절때루 머리 좋다는 말하지 마세여... 공부 절때루 안함미다.
^______,^;;
견우 괜히 벌떡 일어나 앉더니 머리를 긁적거리고 씨익 웃더니 다시 잔다.
견우 글구... 취미요? 당구, 컴퓨터 깸은 고수임미다. 저한테 도전하지 마세여. 글구 저는 제
이상형을 보면 무조껀 뒤쪼차 가서 말을 검미다. 그건 본능임미다. ... 장래 희망요? 아직 생
각해 본 적 엄씀미다. 알게따구여? 마자씀미다. 저는 먹구대학생임미다. (다시 잠자면서 씨
익 쪼개고) 울엄마도 저를 그러케 부름미다. --;;;
그때, 울리는 견우의 핸드폰.
견우, 부시시 눈을 뜨더니 머리맡의 핸드폰을 받는다.
견우 ...여보세요?
그녀(소리) 야! 너 누구얍? 이자식앗!
견우 네?? 누구세여? 0.,O;;;
그녀(소리) 너, 나 여관에 업어다 노코 뻘개벗고 뭐했어!
견우 예? ㅜ.,ㅜ;;
그녀(소리) 너, 나와! 부평 역 앞으로! 지금 당장 나왓!
견우 아니, 저...
전화가 신경질적으로 딸깍 끊어지는 소리가 난다.
핸드폰을 바라보며 멍하니 앉아있는 견우.
견우(나레이션) 이럴 수 있는 겁니까? 누구 땜에 유치장에 가따오구 청소기로 매까지 마잤
는데...
- 16. 부평역 앞
부평 역 앞으로 나오는 견우. 그녀의 뒷모습이 보인다.
생각보다 차분하고 예뻐 보이는 그녀.
견우가 조심스럽게 다가간다.
견우 ...저...
휙 뒤돌아 보는 그녀, 눈에 힘이 들어가 있는 표정이다.
견우 찔끔 하는 데-
그녀 너냐?
견우 네? 0.,O;;
그녀 따라와!
그녀, 앞장서서 가고 있고 견우, 어정쩡하게 서있다.
그녀 뭐하냐? 따라오지 않고!
견우, 미적미적 뒤따라간다.
- 17. 까페 안
웨이터가 주문을 받고 있다.
웨이터 머 마시게씀미까?
그녀 커피 두 잔 주세요.
견우 전 ...콜라...
그녀 두글래?
견우 ...커피요.
웨이터 (간다)
그녀 말해봐. 어제 어떠케 댄 거야?
견우 아니... 저... 아가씨가... 술에 취해서...
그녀 야, 떠듬거리지 말고 해봐! 차근차근히! .
견우 네... 이짜나여... 어저깨 신도림 역에서 아가씨가 술에 취해서 비틀거리고 이써꺼든요...
근데 전철이 와서 칠일 뻔 했는데... 내가 구해줘따구요... 그리고 전철을 탄는데...
견우, 말을 하는 동안 웨이터가 커피를 날라온다.
이어 견우를 바라보고 있는 그녀의 얼굴 위에 나레이션이 겹쳐진다.
견우(나레이션) 저는 이여자가 혹시 꽃뱀 가튼 거 아닐 까 생각해씀미다. 지하철에서 술취한
척 오바이트 하구나서 얼떨결에 도와준 남자 베껴먹는게 직업인...
그녀 내가 '자기야' 그랬다 이말이지? 음...그건 생각 날 것두 같어... 여관에서는 토한 거하
고 땀 때문에 목욕을 핸는데... 경찰이 왔따구? ... 너라면 믿게써?
견우(나레이션) 이런 여자한테는 반말로 받아치던지 아니면 따끔하게 한마디 해줘야 합미다.
그녀 음 ...내가 그랬단 말이지?
견우 ...네. -.-;;
그녀, 기억을 더듬으며 창밖을 바라보고 있다.
견우(나레이션) 술에 취하지 않은 그녀는 바로 내 이상형이었습니다.
화사해 보이는 그녀, 입가에 가벼운 미소가 떠오른다.
견우 ...어제보단 밝고 예뻐보이시네요. *^^*;;
말없이 견우를 노려보는 그녀.
그녀 ...너 지금 나 놀리는 거지?
견우 ...아니... 아닌데요?
그녀 그럼... 나 꼬시는 거니?
견우, 어이가 없어서 말을 못하고 있다.
그녀 난 너같은 애 사귈 생각 없어! 너하고 난 어떤 운명적인 느낌이 없잖아. 견우 ...(시무
룩)
그녀 ... (일어나며)계산 해라.
견우 ㅜ.ㅜ;;
그녀가 일어나자 견우, 커피를 급하게 마시다가 콜록댄다.
- 18. 소주방 앞
소주방으로 들어가는 그녀.
견우, 주춤거리고 있다.
그녀 머해? 들어오지 안코!
견우(나레이션) 술이 절라 쎈 여잔가 봅미다.
견우, 할 수 없이 안으로 들어간다.
- 19. 소주방 안
그녀, 견우, 자리를 잡아 앉자 웨이터가 메뉴판을 내놓는다.
그녀의 옆자리에는 고등학생으로 보이는 여자애들과 넥타이 부대 두 명이 술을 마시면서 노
닥이고 있다.
그녀 니가 주문해.
견우 ...차미슬하구 ...김치찌개 주세여.
그녀 걸뱅이 먹어!
견우 그럴 거면 ...자기가 시키지...
그녀 꿍얼거릴래? (웨이터에게) 걸뱅이 주세여.
웨이터가 가고 그녀는 옆자리의 남녀들을 주시하고 있다.
남 이따가 우리 노래방 갔다가 좋은데 가자...
여 좋은데? 다 알어, 장여관? 돈 많아, 오빠? ...얼마 줄 거야, 오빠?
남 하는 거 봐서 주께, 걱정마.
그들의 말을 듣는 순간, 눈빛이 또다시 가로등처럼 반짝 켜지는 그녀. o\ /o;;
견우 0.,O;;;
그녀, 벌떡 일어나더니 옆자리로 다가간다.
그녀 야, 늬들 지금 원조교제 하는 거짓! 그리고 니들 왜 걸뱅이 먹어? 딴 거 머것!
여 어머머, 왜그래? 왜 참견하고 난리야?
남 아가씨! 내 동생들인데 술 한 번 사는 거야! 이거 왜그래?
그녀 야, 동생들인데 노래방을 가따가 장여관엘 가? 니들 몇살이야!
여 술먹을 나이는 됐어요, 왜 참견해요?
그녀 내가 지금 술멍는 거 때문에 그러는 거 가트니? 쯩 내놔봐! 너두!
여 왜그래, 정말? 경찰이라도 돼? 뭐야?
남 아가씨, 왜그래? 왜 남의 사생활에 껴들어서 참견하고 그래?
그녀 빨리 내놔봣!
여 아이 재수없어!
일어서서 나가버리는 여자 둘.
웬만큼 취한 남2, 열받았는지 대든다.
남2 여봐, 아가씨! 대체 왜그래? 내가 뭘 잘못했어? 엉?
그녀 아저씬 딸도 없어요?
남2 없다, 왜! 니가 왜 참견이야, 엉?
그녀 왜 반말이야! 혀빠닥이 반이야?
실갱이 벌이는 그들과 그녀를 바라보고 있는 견우의 얼굴에-
견우 그녀는 정말 깡다구 죽임미다. 전 아무리 예쁘다고 해도 저런 여자하고는 쪽팔려서 같
이 못다님미다. --
남자2 달겨들 것같자 주인과 남이 가로막고 밖으로 끌어낸다.
마구 떠들어대며 끌려나가는 남2
그녀 그렇게 살지들 말아요!
씩씩거리며 다시 자리로 와서 소주를 한 잔을 따뤄 마시는 그녀.
그녀 크! ...나쁜 놈들!
견우 0.,O;;;
소주 한 잔을 들이키더니 금세 눈에 힘이 빠지고 정상으로 들어오는 그녀.
이어 혼자서 소주 반 병 정도를 말없이 홀짝홀짝 따루어 마시는 그녀,
별안간 눈에 눈물이 고이더니 훌쩍이고 있다.
어쩔 줄 몰라 바라보는 견우, 손수건을 꺼내 준다.
그녀 울면서 손수건을 요모조모 살펴보더니-
그녀 (울면서)너 코같은 거 안풀어찌?
견우 ...네!
그녀, 손수건으로 눈물을 닦으며 울고 있다.
견우(나레이션) 우는 여자를 보니까 왠지 가슴이 아픕니다. 이 여자... 가까이서 보니까 정말
더 매력적이더군여.
어깨를 들썩이며 훌쩍이고 있는 그녀, 손수건을 주머니에 넣는다.
견우 저기여... 그만 우세여... 글구 손수건 제껀대여...
그녀, 손수건을 주고 눈물을 삼키더니-
그녀 나... 사실... 어제... 사랑하는 사람하고 헤어져써!
하더니 머리를 테이블에 쾅 쳐박고 쓰러지는 그녀.
견우의 놀란 시선이 그녀의 머리를 따라 내리꽂힌다.
견우 0,.O;;;
주인과 손님들의 시선이 그녀와 견우에게로 향하고-
여자손님 술에다 약타먹연나바.
한숨을 쉬고 있는 견우에서-
- 20. 억수장
견우, 그녀를 업은 채 억수장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오자, 끼익 소리에 여관 주인이 창문으
로 머리를 내민다.
여관 주인 아니 색시가 또 떡이됐잖아?
견우 저 있잖아여...
여관 주인 알어, 알어!
견우 아저씨가 주인 맞나구여!
여관 주인 그럼!
자동적으로 말없이 키를 들고 4층으로 앞서서 올라가는 여관 주인.
그녀를 업고 낑낑대며 계단을 오르는 견우.
- 21. 여관 방
안으로 들어와 그녀를 침대에 내팽겨치듯 내려놓는 견우,
땀이 범벅된 채 울상이다. ㅜ.ㅜ;;;
침대에 기대 앉아있는 견우의 어깨 위로 또 그녀의 손이 척 하고 올라온다.
여관 주인 숙박계는 어저께 그대로 쓰면 대지? 삼만언!
견우 (돈을 주며)...네... --;;; 근데, 아저씨! ...혹시 술 깨는 약 엄써여?
여관 주인 엄써... 학생이 사다 머겨.
여관 주인 나가고-
어깨에 걸친 그녀의 손을 뒤로 넘겨버리는 견우, 벌떡 일어나 밖으로 뛰나간다.
- 22. 억수장.
견우, 계단을 내려와 밖으로 뛰어나간다.
점프컷
약봉지를 쥐고 안으로 뛰어들어오는 견우.
다시 계단을 뛰어올라간다.
- 23. 여관방
문을 열고 들어오는 견우.
그런데, 침대보를 뒤집어 쓰고 자던 그녀(?)가 알몸을 벌떡 일으키며-
여 어디가다 와써, 자기이?
견우 0,.O;;;;
알고보니 그녀가 아니라 생판 모르는 여자다.
별안간 미소를 공포로 바꾸며 소리를 빽 질러대는 여자.
견우 죄송함미다.
인사를 꾸뻑 하고 나가는 견우.
견우가 나가자 욕실에서 남자가 얼굴에 비누를 하얗게 칠한 채 내다본다.
- 24. 견우의 여관방
견우, 문을 열고 들어와 가슴을 진정시키고 있다.
이어 잠자는 그녀를 물끄러미 바라보는 견우.
순간, 우웩 하더니 토사물을 입에 가득 물고 벌떡 일어나는 그녀, 욕실로 후다닥 뛰어들어간
다.
견우 0,.O;;;
욕실에서 우웩우웩 토하고 있는 그녀.
견우, 속이 메시꺼워 토할 듯 꿀렁거리다가 귀를 막는다.
- 25. 여관의 다른 방들.
방1
여자, 침대에 누워있고, 남자가 위로 기어올라오고 있다.
그때, 옆방에서 우웩우웩 소리가 들리자 메시꺼운 듯 우웩거리는 여자.
여자1 뭐야~ 나 미식거려 죽겠어! 우웩!
여자1 일어나더니 알몸으로 욕실로 달려가 우웩우웩 토하기 시작한다.
방2
옆방에서 여자의 토하는 소리가 들리자 샤워를 하다가 꾸역꾸역 토하는 여자2.
방3
남자의 엉덩이를 곡괭이 자루로 때리고 있던 여자, 그리고 맞던 남자, 토하는 소리를 듣더니
둘다 화장실로 뛰어들어가서 꾸역꾸역 토해대고 있다.
여관전경
웨엑웨엑 토하는 소리와 여관 전경이 보여진다.
간간이 불꺼진 창들에도 불이 반짝반짝 켜지며 우웩우웩 소리가 점점 크게 들린다.
DISSOLVE TO
- 26. 견우의 여관방
이불을 뒤집어 쓰고 다시 잠든 그녀.
견우, 약을 먹이기 위해 물을 따루고 그녀를 안아 일으킨다.
견우, 그녀를 바라보다가 입에 묻은 물기를 닦아준다. *~_~*;;
그녀를 안고 있는 견우, 묘한 느낌에 손이 덜덜 떨리고-
입술을 억지로 벌려서 약을 털어 넣고 물을 먹이는 견우.
그녀의 입가로 물이 한 줄기 흐르고-
견우가 수건으로 닦아준다.
그녀를 다시 눕히고 침대에 기대 한 숨을 놓는 견우.
그녀의 전신을 서서히 핥아가는 카메라, 그 위에-
견우 그녀의 입술을 바씀미다. ^_,^;
목걸이가 있는 하얀 그녀의 목으로 카메라가 내려오며-
견우 하얀 목도 보임미다. ^____,^;;
봉긋한 그녀의 가슴으로 카메라가 내려오며-
견우 그리고 가슴도 봤씀미다. *^__________,^*;;;
약한 신음을 내며 몸을 뒤척이는 그녀.
견우 저는 아기처럼 자고 있는 그녀를 보며 주제넘지만 일케 생각해씀미다. 이 여자의 아픔
을 치료해 주고 싶다...
잠자는 그녀를 침대에 턱을 괴고 바라보는 견우, 엷고 천진한 미소가 얼굴에 떠오른다.
DISSOLVE TO
- 27. 동. 여관방, 아침
창가에 아침 햇빛이 닿아있다.
침대에서 벌떡 일어나 두리번거리는 견우. 그녀가 보이지 않자 갸우뚱거리는데-
그녀는 침대 아래서 새우처럼 구부려 자고 있다.
슬며시 일어나 욕실로 살금살금 다가가는 견우.
그때-
그녀 (소리)야, 물좀 줘!
견우 --;;
물을 컵에 따뤄서 갖다 바치는 견우.
그녀 야! 내가 왜 여기서 자고 있냐!
견우 저... 미안하지만 어제 돈 낼려구 지갑 열다가 보니까 78년 생인 거 가튼데... 반말을 자
꾸 하시면...
그녀 반말 하면, 뭐! 어떠카게따구! . 수건좀 줘!
견우 (수건을 갖다 주며) 아니요... 그냥... 전 77년 이거든요. --;;
그녀 그럼 너도 말놔라! 칫솔 두!
칫솔을 갖다주는 견우, 고분고분 말을 참 잘 듣는다.
그녀 치약은?
견우 목욕탕에 이써여.
그녀, 욕실로 가고, 물소리가 은은하게 들리면서-
견우(나레이션) 그녀와 저는 참 묘한 인연임미다. 만난지 2박 3일 만에 2박을 여관에 오고
지금이 3일 쨈미다. *--*;;;
우리의 만남은 그렇게 시작댄 거심미다.
FADE OUT
- 28. 강의실
견우의 얼굴이 화면에 가득 차고-
교수님이 출석을 부르는 소리가 들린다.
교수님 (소리)이형철!
견우 네! --;
교수님 (소리)전미영
전미영 (소리)네!
교수님 강만규!
견우 (높은 톤으로) 네에! --;;
교수님 (소리)견우!
견우 ...
교수님 (소리)견우, ...안왔나?. (출석부를 체크하고)
견우 엉? ...아, 아니 견우 완는대여?
교수님 (소리)그래? (출석부 다시 체크) 이정민!
견우 (낮은 톤으로)예! --;;;;
교수님 (소리)구설수!
견우 (사투리 톤으로)네에! 왔시요 --;;;;;
DISSOLVE TO
- 29. 동. 강의실
수업중인 교수님.
견우, 식곤증에 눈꺼풀이 무거운 듯 껌뻑껌뻑거리고 있다. +.+;;
그때, 앞문이 벌컥 열리며 그녀가 들어온다.
모두의 시선이 그녀에게로 향하고-
견우, 쫄아서 졸음이 확 가시는 듯한 표정이다. @,.0;;;
교수님에게 당당하게 인사를 하고 견우의 옆자리로 뚜벅뚜벅 다가와 앉는 그녀.
교수님의 강의가 다시 시작되고-
그녀, 견우를 바라보지도 않고 강의에 열중한 듯한 표정.
조마조마한 표정으로 흘끔흘끔 바라보는 견우.
그때-
그녀 교수님, 쉬었다 하시죠?
견우 0.@;;;
교수님 ...그럴까?
교수가 분필을 놓고 나가자 모두의 시선이 그녀에게 쏠린다.
그녀 (견우에게)가자!
견우 가긴 어딜 가? 수업 아직 안끈나써!
학생들의 눈동자가 견우와 그녀사이로 핑퐁처럼 왔다갔다하고 있다.
그녀 남자가 쪼잔하긴... 출석도 해쓸 거 아냐! 가자아~!
견우 안대! 이번 과목은 절대로 안대! 차라리 날 주겨!
그녀 (일어서며)아라써!
강의실을 성큼성큼 나가는 그녀.
견우, 어쩌질 못하고 그 자리에 앉아있다.
좌우에서 '누구야? 누구야, 예쁜데?' '어뜬 사이야, 말해바' 하고 물어보는 학생들.
견우 이쁘냐? 야! 아무리 이쁘면 뭐하냐? 이쁜 짓을 해야지 이쁜 거 아니냐? 으흐!
DISSOLVE TO
교수님이 강의실로 들어오고 있다.
견우, 그녀가 들어오지 않는 것이 불안해서 눈알을 이리저리 굴리고 있다.
교수님 견우가 누구지?
학생들이 견우에게로 시선이 모아지고-
견우, 어리둥절해서 수많은 시선들을 둘러보고 있다. ?.?;;;
학생 형, 교수님이 부르셔.
견우 알어 띱때! (교수님에게)전대여, 교수님?
교수님 자네, 출석 인정해 줄테니까 나가봐!
견우 네?
교수님 나가보라구.
견우 왜여?
교수님 아까 그 여학생이 자네 친구라며?
사람들, 우와 하는 눈초리로 바라보고-
견우, 괜히 우쭐해진다.
교수님 그러니까 나가보라구.
견우 감사함미다. 교수님!
일어서서 나가는 견우, 그때-
교수님 견우 학생, 웬만하면 낳아서 길러라.
견우 ...?
- 30. 복도
견우가 나오자 그녀가 기다리고 있다.
그녀 우와, 성공해따!
견우 너, 교수님한테 뭐라고 한 거야?
그녀 별거 아냐... 나 지금 병원에 수술하러 가는데 니가 아빠라고 해써.
견우, 잠시 후에 무슨 뜻인줄 알고-
견우 ㅠ.O;;;
그녀 ...? (놀라는 게 오히려 이상한 표정)
견우 안대! 안대!
강의실 안으로 들어가려는 견우, 그녀가 억지로 잡아끌어 가고 있다.
- 31. 놀이동산
비명을 지르는 견우. 그리고 신나서 소리를 지르는 그녀.
자이로드롭이 떨어지고 있다.
점프컷
비명을 지르는 견우, 신나서 소리를 지르는 그녀.
자이로드롭이 떨어지고 있다.
점프컷
비명을 지르는 견우, 신나서 소리를 지르는 그녀.
자이로드롭이 떨어지고 있다.
DISSOLVE TO-
- 32. 그 까페
건물 4층 쯤 있는 까페, 고풍스러운 분위기에 창문 밖으로 건물들의 스카이라인과 전신주들
이 보인다.
아직도 어찔거리는 듯한 견우, 감상에 젖어있는 그녀를 바라본다.
턱을 괴고 창밖을 바라보는 그녀.
창밖으로 비둘기들이 날아다니고, 맞은편의 한 옥상에서는 여자 하나가 빨래를 거둬들이고
있다.
창밖의 풍경을 바라보는 그녀, 마음이 울적해 보인다.
그녀 (턱을 괴고 창밖을 보며) 작년까지만해도 저기 보이는 건물 옥상에서 저 여자... 토요일
해질녘이면 멋진 드레스를 입고 턱시도를 입은 남자하고 춤을 췄어... 왈츠, 탱고, 룸바... 남
자는 남편이게찌?
견우도 창밖의 옥상을 바라보고-
회상을 하는 그녀의 얼굴에 음악이 환청처럼 들려오고-
인터컷
붉은 노을이 지고 있는 하늘을 배경으로 두 남녀가 옥상에서 탱고를 추는 눈부신 모습.
두 사람의 춤추는 씰루엣이 환상처럼 보인다.
그 위에-
그녀 근데... 남자가 떠났나봐... 아님 죽었던지... 지금은 여자 혼자 남았어. 쓸쓸해 보이지?
견우 ...!
그녀 두 사람이 다시 만나서 춤을 추는 모습... 보구시퍼.
견우 ...!
그때, 웨이터가 카메라를 가지고 다가와 선다.
웨이터 사진 찍어드릴까요?
그녀 됐어요.
인사를 하고 가는 웨이터.
그녀 너한테 보여줄 게 이써.
- 33. 석촌호수
해가 뉘엇뉘엇해지는 석촌호수.
잔디에 앉아있는 견우와 그녀.
견우가 원고뭉치를 보고 있다.
제목-데몰리션 터미네이터.
그 아래에 '이 글이 재미 없다는 자는 악몽에 시달릴 것이다.' 라고 써있다.
침을 꿀꺽 삼키며 그녀를 보는 견우. 그녀는 천진난만한 표정이다.
다시 페이지를 넘기는 견우.
견우 모 이래? 글씨를 못알아 보게써... 타이핑좀 하지.
그녀 두글래? 끝까지 볼래? .\||/.;
견우 보께! ^^;;;
견우(나레이션) 그녀는 시나리오 작가가 되고시퍼서 영화 줄거리를 쓴다고 함미다. 그걸 시
놉시스라고 한담미다. 그녀는 분위기를 잡고 봐야 한다며 저를 호수공원까지 데리고 와씀미
다. 그녀의 시놉시스를 보는 것은 정말 고역임미다. 조금이라도 빼놓고 읽으면 저는 둑슴미
다.
견우의 나레이션이 진행되는 동안, 한 남자가 담배꽁초를 버린다.
그녀, 눈빛이 반짝 거리더니-
그녀 아저씨! 담배꽁초를 여깃다 버리면 어떡케요! 빨리 집으세엿! .
아저씨, 인상이 구겨지지만 담배꽁초를 집는다.
그녀 그리고 아저씨! 왜 초록색 옷 입었어욧! 초록색 옷 입지 말아욧!
남자 (어이없어하며)야! 그런 넌 왜 초록색 빡스티 입언냐?
그녀 내 옷하고 같은 색 입지 말란 뜻이라구엿!
투덜대며 가버리는 남자.
견우의 나레이션이 끝나자-
그녀 재미쓰면 신씨네에 가따 줄꺼야. 이짜나 약속, 편지, 고진말 만든 영하사... 채택돼서 돈
바드면 한턱낼깨... ^_^;;
견우 (나레이션)주인공은 터미네이터처럼 터프한 여자임미다. 서기 2137년, 그녀는 과거로
떠나는 애인에게 귀를 후벼주는 것으로 작별인사를 대신합니다.
- 34. 영화장면(미래의 주택 내부)
애인(견우)을 눕혀놓고 귀를 후벼주고 있는 그녀, 미래인 복장이다.
견우의 귀속에다 마이크로칩을 숨기는 그녀.
견우 (나레이션)그녀는 마이크로 칩을 애인의 귀에 숨겨놓고... 그녀의 애인은 과거로 떠납니
다. 하지만 미래인들이 그 사실을 알고 애인을 잡으러 과거로 쳐들어옵니다.
- 35. 영화장면(빈 공장)
전사 복장을 한 그녀가 터미테이터처럼 현재로 와서 미래인들에게 납치된 견우를 구하기 위
해 싸우는 장면들이 묘사된다.
견우(나레이션) 물론 남자주인공은 약하기 짝이 엄씀미다. 여자 주인공이 숨겨놓은 중요한
정보가 남자의 귀속에 있기 때문에 미래인들은 남자를 납치해 구멍을 내려합니다. 그 순간,
여자 주인공이 쳐들어와 남자를 구함미다.
마른 바람이 휭휭불어대는 공장 입구로 오토바이를 탄 그녀가 서부의 건맨 처럼 들어선다.
그녀, 오토바이를 타고 달리며 멀리서 나타나는 미래인들이 총을 쏘아댄다.
멋지게 몸을 굴리며 총을 빼서 쏘아대는 그녀.
이어 공장의 커다란 문으로 돌진하며 오토바이를 미끌어뜨리는 그녀, 쉬지 않고 총을 쏘아
대자 미래인들이 여기저기서 튀어나오다가 피를 뿜으며 죽어간다.
인터컷으로 전기드릴로 견우의 귀에 구멍을 내려는 미래인들이 사이사이 삽입되고-
그녀는 주윤발처럼 뛰어들며 좌 우로 달려드는 미래인들을 몽조리 쏘아 죽인다.
공장의 여기저기서 불꽃이 터지고-
그녀, 견우가 잡혀있는 공장으로 뛰어가며 총을 쏘아댄다.
총을 맞아 난간에서 뚝뚝 떨어지는 미래인들.
그녀, 매트릭스처럼 담벼락으로 뛰어서 돌며 총을 쏘아댄다.
견우가 잡혀있는 방으로 들어와 총을 쏴대는 그녀.
미래인들이 죽자 전기드릴의 스위치를 끈다.
견우의 귀 앞에서 겨우 멈추는 전기톱.
그녀, 견우를 풀러주고 허리를 휘감으며 키스를 하려는 순간-
- 36. 석촌호수
견우 마지막엔 키스를 해야 대! *^_________,^*;;;;
그녀 이건 멜러드라마가 아냐! 액션영화란 말야!
견우 넌 뭘 모르는 거야. 우리나라 사람들은 멜러를 좋아하게 되있어.
그녀 왜?
견우 우리나라 사람들이 사춘기 때 가장 감명깊게 보는 소설이 뭐냐? 황순원의 소나기 아니
냐? 사춘기때 읽은 그 소설이 한국사람의 감성을 결정하는 거야. 우리나라 사람들이 슬픈
영화를 좋아하는 이유는 바로 소나기 때문이라구!
그녀 소나기? 그게 뭐가 슬프냐?
견우 야, 여자애가 죽으면서 추억이 담긴 옷을 입혀서 묻어 달라는데 안 슬프냐? 난 일주일
동안 잠도 못잤단 말야!
그녀 뒤가 마음에 안들어! 유치해! 바꿔야대!
견우 어떻게?
그녀 ...
DISSOLVE TO
- 37. 견우의 상상(소나기 패러디)
소나기의 패러디가 몽따쥬처럼 빠르게 진행된다.
그녀를 업고 비오는 냇가를 건너는 견우.
DISSOLVE TO
병에 걸려서 이부자리에 누워있는 그녀(소녀).
이어 견우의 시골집, 견우가 방구석에 이불을 덥고 누워 훌쩍이고 있고-
견우의 아버지와 엄마가 이야기를 하고 있다.
견우의 부 (문어적으로)글쎄 말이지. 이번 얜 꽤 여러 날 앓는 걸 약두 변변히 못써 봤다드
군. 지금같아서는 윤초시네두 대가 끊긴 셈이지. 참 이번 기집애는 어린 것이 여간 잔망스럽
지가 않어. 글쎄 죽기 전에 이런 말을 했다지 않어? 자기가 죽거든 자기를 업어줬든 그 소
년을 같이 묻어 달라구... 그것두 산채루...
훌쩍이던 견우(소년), 눈이 휘둥그래진다.
- 38. 무덤가
잠든 그녀의 관이 닫혀지고, 무덤 자리에 안치된다.
이어 사람들에게 잡혀와 무덤 속으로 던져지는 견우, 비명을 지르고 난리를 부리자 사람들
이 삽으로 머리를 쳐서 무덤 속에 쳐넣고 묻어버린다.
- 39. 호숫가(현실)
슬픈 듯 한숨을 꺽어쉬는 그녀.
그녀 (진지하게) 산채로 묻는 거야! 슬프게찌?
침을 꿀꺽 삼키며 그녀를 바라보는 견우.
그녀, 몸을 일으켜 돌을 집어 호수에 던진다.
견우, 별안간 태도가 바뀐 그녀를 의아해 하며 옆으로 다가간다.
그녀, 석촌호수를 바라보며 입을 다물고 있다.
눈물이 글썽거리는 그녀.
그녀 ...난 피할 수 없나봐... 그 사람한테서... 극복할 수 없을 거야...
견우 ...!
그녀, 별안간 눈물이 주루루 흐른다. ㅜ.ㅜ;
견우도 숙연해 지는데- ~_~;;
그녀, 눈물을 쓱쓱 닦아대더니 활짝 웃는다. ^___^;
그녀 얼마나 깊을까? ^^;
견우 글쎄...
그녀 (호기심 가득)너 물 속에 한 번 들어가 봐. 얼마나 깊은지 보고싶어! ^^*;;;
견우 (겁나서)왜 또 그래? 0,.O;;
견우를 손으로 밀어 물 속으로 풍덩 넣어버리는 견우.
견우, 물 속에서 허우적거리고 있다.
그녀 우와, 깊구나!
견우 나 수영 못한단말야! 정말이야, 살려줘! 사람살려!
그녀 음... 되게 깊네!
몰두하면 하나밖에 생각 못하는 그녀
물 속에서 허우적거리고 있는 견우.
물 속으로 오르락 내리락 하는 견우의 시점, 내려다 보고 있는 그녀-
그 위로-
견우 (나레이션)내 의식은 점점 몽롱해지고 이써씀미다. 그때여씀미다.
견우가 허우적거리는 물을 향해 옷을 입은 채 몸을 날리는 그녀, 순간적으로 슬로우로 보이
더니-
그녀, 물 속으로 풍덩 뛰어들어 인어처럼 헤엄쳐 견우에게 다가오고 있다.
FADE OUT
- 40. 술집
FADE IN
술집에서 견우와 친구들이 초저녁부터 술을 마시고 있다.
친구1 야, 견우야! 너 애인 생겨따며? 소개좀 해봔마!
친구2 정말이야? 어때? 이뻐? 키쓰 해반냐?
견우 애인?
푸하하 웃어버리는 견우.
술집의 TV에는 탈영병에 관한 보도가 나가고 있다.
그때, 길 건너편에 뒷모습이 근사한 여자가 지나가고 있다.
눈에 불이 반짝 켜지는 견우.
친구들 어떻게 된 거얌마! 소개 할 거야, 말 거야?
견우 저기 가는 저 아가씨 있지? 저 아가씨가 오늘부터 내 애인이닷! 아란냐?
길 건너편 모퉁이로 사라지는 뒷모습의 여자.
벌떡 일어나더니 길을 건너 쫓아가는 견우.
친구들은 TV로 눈을 돌리고, XX역에서 자살 소동이 일어나 지하철 운행이 중단됐다는 보
도가 나오고 있다.
- 41. 거리
견우가 모퉁이를 돌아 뒷모습의 여자에게 달려간다.
간신히 따라잡는 견우.
견우 저, 아가씨! 시간좀 이쓰세여? 저하고...
그때, 돌아보는 여자, 다름아닌 그녀다!
화들짝 놀라 바짝 얼어버리는 견우. @,.0;;;;;
그녀 어? 너...! 견우! ...뭐라구? 아가씨...시간?
견우, 침을 꿀꺽 삼키더니 앞 뒤 가릴 것 없이 뒤돌아 달아나버린다.
그녀 야, 견우! 너 거기 안서? 엉?
못들은 체 하며 모퉁이를 돌아 달아나는 견우.
그녀, 모퉁이를 돌아 쫓아오면 견우가 보이지 않는다.
- 42. 술집
친구들 틈에 숨어서 헉헉거리며 눈치를 보고 있는 견우.
친구1 어? 예쁜 거 같은데? 너 뺨맞았냐?
멀리서 그녀가 두리번거리다가 핸드폰을 꺼내 누르는 모습이 보인다.
견우의 핸드폰으로 전화가 오고-
견우 여버세여?
그녀 야! 너 어디써! 안나타날래? 엉?
견우 지금 거신 전화번호는 결번이거나 사용이 중지 된 번호임미다. 다시 확인하고 걸어주
시기 바람미다. 유 코러 롱 넘버 오아 더 다이얼 넘버 이즈 나린 썰비스. 프리스 코러겐...
ㅜ.ㅠ;;
친구들 --;;;
친구들은 견우의 절박한 심정을 모르는 듯 썰렁하게 바라보고 있다. --;;;
이어 맞은편에 보이는 그녀, 전화를 끊더니 모퉁이를 돌아 사라져 버린다.
전화를 끊으며 한숨을 푹 놓는 견우, 술을 벌컥벌컥 드리킨다. ㅜ.ㅜ;;
견우(나레이션) 세상에 우연중에 이런 우연이 또 이씀미까?
- 43. 몽따쥬 (우연)
빠르게 진행되는 장면들.
그녀의 학교, 전화를 하고 있는 그녀.
그녀 뭐라구? 나도 끼면 안대? 왜, 안대? 니 친구들 보고싶단말야! 야! 야!
전화를 끊고 터벅터벅 걸어가는 그녀.
지하철 내부, 그녀가 앉아있다. 문이 열리자 다른 칸으로 견우가 타는 것이 보이지만 그녀는
알지 못한다.
달리는 전철 속의 그녀.
지하철이 멈추며 맞은편의 할머니가 짐을 둔 채 후다닥 내린다.
짐을 들고 할머니를 뒤쫓아가는 그녀.
그녀 할머니! 할머니! 짐 두고 내렸어요!
할머니 에이그 내 정신좀 봐! 고마워!(짐을 받아 든다)
그녀 괜찮겠어요? 제가 들어드릴까요?
할머니 괜찮아, 어여 가.
전철을 향해 뛰어가는 그녀. 할머니는 짐을 들고 계단을 오른다.
전철 문이 닫히고 떠나자 타지 못하고 출발하는 전철을 바라보는 그녀.
카메라, 재빠르게 할머니 쪽으로 달려가면, 계단으로 견우가 올라가며 짐을 들어준다.
견우 제가 들어드릴 게요.
할머니 고마워, 학생.
다시 그녀, 지하철을 기다리고 있다. 이어 안내방송이 흐른다.
안내방송 지하철을 기다리는 승객 여러분께 안내말씀 드리겠습니다. XX행 열차가 X시 XX
분에 당역에 도착할 예정이었으나 전역에서 발생한 사고로 인하여 정지되었습니다. 승객 여
러분께서는...
한숨을 쉬는 그녀, 밖으로 향한다.
거리, 버스가 출발하고 있고, 그녀가 뛰어가지만 놓친다.
뒤이어 오는 택시를 잡아타는 그녀.
다른 거리, 택시가 가고 있다. 택시 운전사 지나가는 섹시한 여자를 보며 휘파람을 불다가
쿵- 하고 분뇨차의 꽁무니에 부딪친다.
순간, 호스에서 똥이 택시 앞창으로 쏟아지고-
깜짝 놀라는 그녀, 후다닥 내리며 천원짜리 지폐를 꾸겨서 던지고 동전을 뿌려버린다.
거리, 옷에 냄새를 맡으며 걷는 그녀-
술집에서 견우가 튀어나오며 뒤따라온다.
견우 저... 아가씨!
뒤돌아 보는 그녀에서 스톱모션.
견우(나레이션) 전 정말 돋때씀미다. 어떡하면 조을까여? 뭐라구여? ...마씀미다. 전 마자도
싼 놈 임미다. 츄르르!! ㅠ.ㅜ;;
DISSOLVE TO
- 44. 전철 안(밤)
전철이 인천 쪽으로 가고 있다.
뒷창문에 머리를 쿵쿵 받으면서도 잘만 자는 견우.
견우(나레이션) 술에 취한 김에 저는 그녀에게 복수를 하기로 결심해씀미다. 부평역에서 내
려 인사불성이 되 이쓰면 그녀가 저를 업고 고생 깨나 하게찌요.
지하철멘트 이번 정차역은 부평역 임미다. 내리실 문은 오른 쪽 임미다. 디스 스답 이즈 부
평, 부평 스테이션...
전철이 섰지만 견우는 줄창 자고 있다.
DISSOLVE TO
동. 전철 안, 견우가 혼자 앉아서 자고 있고, 소매치기들이 앞, 옆으로 다가와 신문을 보는
척하며 여기저기 뒤져서 지갑째 꺼내 갖고 다른 칸으로 가버린다.
DISSOLVE TO
동. 전철 안
청소를 하던 아줌마가 지나다가 견우를 깨운다.
청소 아줌마 학생, 학생, 이러나! 다 와써!
견우, 부시시 깨어난다.
견우 ...여기 어딘대여?
- 45. 인천역
견우가 비실비실 역 앞을 걸어나오고 있다.
뒤에 보이는 인천역 간판.
DISSOLVE TO
전화부스 앞
커피 자판기에서 커피를 뽑아 먹으며 주머니를 뒤지는 견우. 아무리 뒤져도 지갑, 핸드폰이
없다.
주머니에 동전 한닢도 남은게 없다.
실망의 빛이 역력한 견우,
비실비실 벤치로 다가와 커피 컵을 머리맡에 놓고 누워 잠들어 버린다.
지나던 사람이 불쌍해 보이자 커피 컵에다가 동전을 넣어주고 간다.
추은지 부르르 떨며 일어나 앉는 견우, 남은 커피를 입에 털어넣는데-
동전이 목구멍으로 넘어가다가 걸린다.
견우 헉! @.0;;;
목을 쥐고 꺽꺽 거리고 난리를 부리는 견우.
결국 목에서 동전이 툭 튀어나온다.
그 동전을 보자 표정이 밝아지며 눈이 휘둥그래 지는 견우.
전화기로 달려간다.
전화를 거는 견우.
뚜르르 신호가 가고-
견우 나, 여기 인천 역이야! 30분 안에 데리러 와! 딸깍!
그녀가 먼저 끊을세라 먼저 전화를 탁 끊어버리는 견우.
역 앞의 도로에 30Km 제한속도 표지판이 보인다.
견우, 다시 벤치로 다가가 눕는다.
혹시나 하여 다시 일어나 커피 컵을 찾아 행인들이 잘 보도록 머리 맡에 놓고 자는 견우.
FADE OUT
- 46. 유치장 안
FADE IN
견우가 새우처럼 쪼그려 자고 있고-
누군가의 구두가 발로 견우를 툭툭 치고 있다.
조폭 두목 야, 일어나! 일어나 새꺄!
견우, 눈을 감은 채 거칠게 돌아누으며-
견우 냅도 띱때야!
조폭 두목 어라, 이새끼봐라! 안일어나, 새꺄? 엉?
그러다 낌새가 이상한 느낌의 견우, 벌떡 일어난다.
견우 ...? @,.0;;;
견우가 일어나면 유치장 안이고, 조폭들이 전처럼 피를 뒤집어 쓴 얼굴에 사시미 칼에 난도
된 옷들을 입고 험상스러운 얼굴로 내려다 보고 있다.
침을 꿀꺽 삼키는 견우.
견우 안냐세여, 형님? 형님? 형님? 형님, 안냐세여? ^^;;;;;
조폭 두목 뭐? 냅도 땝대야? 너 조직의 쓴 맛을 좀 봐야거따. 꼴아박아!
견우, 공포에 떨며 바닥에 머리를 척 꼴아 박는다.
조폭 두목 이새끼, 이쁘게 봐줄려고 해떠니 안대게써! 안자! 이러나! 안자, 이러나! 좌로 굴
러! 우로 굴러!
조폭의 말에 따라 일어섰다 앉았다 좌로 굴러 우로 굴러를 하는 견우.
조폭 두목 전자동!
견우, 좌로 굴렀다가 일어나서 우로 굴렀다가 다시 일어나기를 반복한다.
그때 경찰이 다가온다.
경찰 야, 왜들 소란해? 조용히 못해?
조폭 두목, 얼른 자리로 돌아가 앉고,
조폭들 슬금슬금 경찰의 눈치를 보며 자기네들끼리 머리를 맞대고 소근거리는 조폭들.
하지만 견우, 계속 좌로 우로 구르고 일어났다 앉았다를 반복하고 있다.
DISSOLVE TO
아침-
조폭들이 또 옹기종기 모여서 해장국을 맛있게 후루룩 쩝쩝 먹어대고 있다.
침을 흘리며 바라보고 있는 견우.
견우 마시떠여?
조폭두목 안찌그러질래 이눔의 새끼?
견우, 얼른 시선을 옮기며 딴청을 핀다.
견우 (경찰에게)저... 아저씨... 돈 이 없어서 그러는데... 사식 외상은 안대여?
경찰, 어이없어서 대꾸도 않는다.
실망스러운 눈초리로 철창을 잡고 글썽이는 견우.
그때, 경찰서 문으로 그녀가 들어오고 있다.
경찰서가 다 환하게 보이고-
견우, 어린아이처럼 눈물을 주루루 흘린다. ㅠ.ㅠ;;
심통스러운 표정의 그녀.
그녀 잘 자쪄? ^_^
그녀의 말에 조폭들이 눈길을 돌려 쳐다본다.
고개를 가로 저으며 우는 견우.
견우를 다시 보는 조폭들, 그녀가 예쁘다고 저희들끼리 속삭인다.
이어 경찰이 유치장 문을 열어주면, 금세 해쭉대며 나오는 견우.
순간, 그녀의 주먹이 견우의 복부에 꽂힌다. 퍽!!
그녀 너어~ 또 한 번 이러면 두거!!!
견우 ..O;;
그녀 아직 안끈나써! 뭐, 어째? 아가씨 시간좀 이쓰면?
또다시 날아오는 그녀의 주먹. 퍽!
조폭들이 놀라서 입을 벌리다가에 입에 문 건더기를 떨어뜨린다.
견우 ,. ;;;
그녀 또... 뭐라구? 전화 번호가 잘못대다꾸? 영어 잘 하더라, 넛!
그녀의 주먹을 쫓아가며 보는 조폭들의 눈길 -퍽! 소리.
견우 ㅠ,, ;;;
- 47. 식당
식당, 얼굴이 퉁퉁 부은 채 해장국을 마시께 먹는 견우, 그녀를 바라보더니 괜히 헛웃음을
웃고 있다.
그녀 마시쩌? ^^;
견우 응, 넘넘 마시떠! ,.^;;
그녀 나 만나니까 조치? 나 한테 잘 해바, 그럼 절에 가서두 새우젓 어더 멍는 다구. ^^;;
견우 ,.-;;;
- 48. 견우의 집
견우가 담장 너머로 엄마가 있나 살펴보다가 살금살금 다가가 열쇠로 대문을 열고 있다.
견우(나레이션) 엄마는 외박을 하면 무조껀 들고 있던 것으로 팸미다. 마당을 쓸 땐 빗자루
로 패고, 청소할 땐 청소기 자루로 팸미다. 재수가 조을 땐 털이개로 맞기도 하고, 재수가
더 좋으면 오이나 가지로 마즐 때도 이씀미다. 그래서 시간을 잘 마쳐야 함미다.
살금살금 안으로 들어가는 견우.
그런데, 그날따라 엄마는 다듬이질을 하려고 다듬이 방망이 두 개를 들고 마루로 나오다가
견우를 발견한다.
견우 ,.ㅠ;;;
FADE OUT
- 49. 견우의 집
TV에서 탈영병이 서울 어디엔가 은신하고 있다는 속보가 나오고-
견우의 父, 티브이를 보다가 끈다.
하품을 하며 견우의 방 문을 열어보는 견우의 父.
견우, 컴퓨터 앞에서 열심히 공부하던 표정을 짓는다. --;;
견우의 父공부하냐?
견우 네... 인터넷으로 자료좀 조사하고 이써여.*^^*;
견우의 父일찍 자라.
문을 닫는 견우의 父, 발소리와 안방문 여닫는 소리가 들린다.
견우, 다 안다는 듯 빙글빙글 웃고 있다.
역시, 문이 다시 벌컥 열리더니 견우의 父가 머리를 디밀고 눈빛을 번득인다.
견우의 父, 안방으로 들어가는 척 했던 것.
견우의 父, 겸연쩍은 듯 으흐흐 웃다가-
견우의 父너 야한 그림 보는 거 아니지?
견우 그럼요, 아빠아... 저를 몬미드세여?
안심을 하며 안방으로 들어가는 견우의 父.
견우, 진짜 문 소리를 듣더니 클릭을 하면 음난 사이트가 뜬다. *^^*;;
침을 흘리며 보고 있는 견우, 근데 컴퓨터에서 메일이 왔다고 알린다.
그녀의 메일이 보인다.
"안녕, 견우야? 내 생일이 낼 모랜 거 알지? ^^;
까머그면 두거! . 아라쩌?
나 너무 조아서 *^_______________,^* 일케 만드러 조야대. 아라찌?"
견우 (혼자서)아라떠!
시무룩해지며 컴퓨터를 끄는 견우, 턱을 괴고 생각에 잠긴다.
견우(나레이션) 그녀의 생일!! 얼렁뚱땅 너머가면 그녀가 저를 살해할찌도 모름미다.
견우의 눈이 반짝하고 불이켜지며-
견우 조은 생각이 떠올라씀미다! 저는 군대 가기 전에 놀이동산에서 알바를 한 적이 이씀미
다. 제가 해떤 건 우주여행이란 건데 김희선도 와써씀미다. 그녀가 내는 표를 제가 직쩝 바
다씀미다. 안전벨트도 매줘씀미다. *^________,,^*
저는 고진말 안시킴미다. 헉, 말이 새씀미다! 흥분해씀미다!
...제 계획은 이검미다. 한 밤중 놀이공원에 그녀와 저 단 둘 밖에 엄씀미다. 주위는 온통 어
둠이 쫘악~ 깔려 이씀미다.
어둠 속에 놀이공원을 걸어가고 있는 견우와 그녀의 인터 컷.
견우 회전목마로 향하는 길목의 가로등이 하나씩 켜지면서 그녀와 저를 인도해 줌미다.
어둠 속을 걷고 있는 견우와 그녀, 가로등이 지나칠 때마다 하나씩 켜지고 있다.
견우 회전 목마 앞에서 제가 하늘을 향해 두 팔을 활짝 뻗씀미다. 순간 회전목마의 불이
팍! 켜지면서 목마들이 돌아감미다. 생일추카 음악도 흐름미다! 불꼰노리도 터짐미다. 생각
만 해도 환상이져? *^^*; 그녀는 입이 찌져짐미다.
견우가 팔을 양옆으로 벌리면 회전목마가 돌아가고, 생일축하 노래가 온 놀이동산에 퍼지면
서, 동시에 하늘엔 불꽃놀이가 터지는 장면이 흐르고-
황홀한 표정의 그녀가 견우에게 입을 맞춰주는 꿈같은 장면이 이어진다.
- 50. 놀이동산
어둠에 잠겨있는 놀이동산이 보이며-
견우(나레이션) 드뎌 준비는 끈나씀미다. 놀이동산에서 알바하는 친구 넘들한테 이심만언이
나 써씀미다. ...띱때들 잘 해야 댈탠데... *^___,.___^*;;;
이어 총을 든 탈영병이 헉헉거리며 쫓기듯 다가와 놀이 동산의 담장을 넘어간다.
조금 있더니 견우가 그녀를 데리고 나타난다.
그녀 야, 모야? 이 밤중에 여길 왜와?
견우 넘어야대.
담벼락 아래에 쪼그려 앉아 담배를 피우던 탈영병, 담 너머의 목소리를 들으며 인상을 긁는
다.
그녀 (소리)여길 너머서 드러가자구?
견우 (소리)응, 무조껀 너머야대... 나 밤중에 여기 꼭 오는 게 소원이여써.
그녀 (소리)야, 내 생일인데 왜 니 소원을 푸냐?
탈영병 ...?
견우 (소리)제발, 미친 척하구 한 번만 해보자. 내가 먼저 올라가서 잡아줄게.
담장 위를 올려다 보는 탈영병.
견우가 멋도모르고 담장 위로 기어오르고 있다.
탈영병 ...?
견우, 그녀를 잡으려 손을 아래로 뻗치는 듯 하더니 탈영병이 있는 쪽으로 쿵 하고 떨어져
버린다.
떨어진 견우를 물끄러미 바라보며 총을 드리 대는 탈영병.
견우 으헉!
견우, 탈영병을 보고 깜짝 놀라 두 손을 번쩍 쳐든다.
총을 겨누며 조용히 하라고 시키는 탈영병.
그녀 (소리)견우야! 견우야! 야! 대답 안해? 나 간다!
탈영병과 마주보고 눈알만 굴리고 있는 견우.
그녀 야! 대답 안해? 너 두글래? ...겨누야! 겨누야! 너 잡히기만 해봐!
그녀, 담장 위로 모습을 보이더니-
담장 아래로 뚝 떨어져 내려온다.
견우가 덜덜 떨면서 두 손을 들고 있다.
그녀 야! 너 뭐해!
그러다 탈영병의 총구를 뒤늦게 발견하는 그녀, 두 손을 번쩍 올린다.
그때, 밖에서는 차소리와 사이렌 소리가 요란하게 들려오고-
불빛들이 난무한다.
탈영병 따라와!
견우와 그녀를 데리고 어둠 속으로 사라지는 탈영병.
이어 놀이동산 문이 열리고, 군용 트럭과 공수특전단원들, 군인들이 군견들을 앞세우고 쏟아
져 들어온다.
- 51. 유령의 집 안
탈영병, 음침한 유령의 집 안으로 견우와 그녀를 앞세우고 들어온다.
후랫쉬로 여기저기를 비추면서 가는 그들.
유령과 귀신들이 후랫쉬 불빛에 언뜻언뜻 드러나자 견우는 겁을 먹고 소리를 지른다.
그때마다 견우의 뒤통수를 퍽퍽 때리는 탈영병.
탈영병 조용히 못해?
견우 ㅠ.ㅜ;;
탈영병 여기 앉아! 입 벌리는 날엔 죽여버릴 거야! 알겠어?
견우 네!
탈영병 조용히 대답해!
견우 네! ㅠ.ㅜ;;;
그 자리에 주저앉는 그들.
탈영병이 담배를 피운다.
울상을 하고 있는 견우.
자기 얼굴 아래에 후랫쉬를 대고 귀신처럼 인상을 써보는 그녀.
탈영병과 견우, 설렁하게 서로 마주 본다.
다시 시무룩해지는 그녀.
그녀 그거 진짜 총이에요?
탈영병 (인상을 긁으며) 쏴보까? 응?
그녀 대써요.
탈영병 둘이 어떤 사이야?
견우 그... 그냥 아무 사이도 아녜요.
그녀, 견우를 흘기고-
탈영병 그래? 그럼 이 아가씨 내가 따먹어도 돼?
견우 --;;;
그녀 따먹어? 내가 과일이야? 따먹다니 그게 무슨 말이에요? 사과하세욧!
탈영병 좋아, 좋아, 시팔, 내가 사과하면 되잖아! 아이엠 쏘리, ...씨발!
그녀 ...
탈영병 어쨋든... 아무 사이도 아닌데 밤중에 이런델 와? ...뭐할려고 그랬어?
견우 그냥... 놀이 동산에 밤에 오고 시퍼써여.
탈영병 솔찍이 얘기해, 새끼야! 뭐할려고 그랬어?
견우 그냥... 왔다니까... 요.
탈영병 에라, 새꺄! (그녀에게)아가씬... 이런 자식 뭘 믿고 따라왔지?
그녀 ...나 믿고 와써요!
탈영병 ... (끄떡이더니, 한숨)나도 애인이 있었어... 일년 동안 매주마다 빠짐없이 면횔 와써
찌... 너무 행복해써서... 근데 그년이 언제부턴지 치질 걸린 위병소 하사 새끼하고 눈이 맞아
버린 거야! 난 그걸 그 치질 걸린 위병소 하사 새끼가 제대 하고 나서야 알게돼써... 시팔!
게다가 나 군대간 사이에 기르던 개새끼까지 똥개하고 눈이 맞아서 가출을 해버렸다는 거
야.. 요크셔테리언데... 썅년! ...시팔, 두 년 다 죽여버릴려고 나왔는데... 시팔! 난 똥을 밟을
확률이 구십 칠 프로나 되는 좆도 재수 없는 놈이야! ... 으아아, 시팔! 오늘이 무슨 날인지
알아? ...시팔, 좆같다 정말! 으아아!
탈영병, 입에 총구를 물고 방아쇠를 당기려 한다.
탈영병 우아아아!
방아쇠를 당길 듯 소리를 지르다가 견우와 그녀의 표정을 보고 갸우뚱거리는 탈영병.
견우와 그녀, 손으로 턱을 괴고 탈영병을 빤히 들여다 보고 있다.
탈영병 ...?
그녀 (견우에게)밤중에 놀이공원에 와서 탈영병 만날 확률은 얼마나 되냐?
견우 몰라.
그녀 총을 입에 물고 쏘면 뒷통수가 다 날라간대매?
견우 응, 엄청나게 큰 구멍으로 뇌가 산산조각 나면서 튀어나가는 거지.
그녀 응... 그렇구나! (탈영병에게) 혹시 우표 수집한 거 있으면 나 주고 가요.
탈영병, 열이 확 받는다.
탈영병 야! 늬들 지금 뭐하는 거야! 엉! (어이가 없어서) 이것들이 정말...
탈영병, 씩식거리며 눈물을 흘린다.
탈영병 (울며)아이 시팔! ...어이구 시팔! 내 이런 것들한테도 멸시를 당해요, 시팔!
그녀 그러니까 바보짓 하지 말란 말예요!
탈영병 (울며)뭐가 바보짓이야, 시팔!
그녀 그런다고 떠난 여자가 다시 돌아오진 않아요.
탈영병 그래, 안와! 나도 알어! 근데... 나 죽으면 그년 가슴이 아플 거 아냐... 평생 가슴에
못박힐 거 아냐.
그녀 ...아녜요... 아픈 거... 생각보다 빨리 잊혀져요.
탈영병 경험이 있나보지?
그녀 ...그래요 ...금방 잊게 될 거예요.
탈영병 시팔, 잡혀가면 영창가서 조뺑이 칠텐데... 뺑이 칠 때마다 떠오를 걸?
그녀 (견우에게) 조뺑이가 뭐냐?
견우 고생한다는 뜻이지 머.
탈영병 말 끊지마!
그녀 ... 총을 들고 탈영했으니까 본인이 책임지세요.
견우 (끼어들며) 저, 군인 아저씨... 여자는 보내주죠?
그녀, 견우를 다시 본다.
탈영병 안된다면?
견우 그럼... 저라도... 보내주십시오! --;;;
그녀 --;;
탈영병 --;
견우의 얼굴을 한참 동안 노려보다가 담배 연기를 얼굴에 푹 뿜는 탈영병.
탈영병 (견우에게) 너 가만히 보니까 위병소 하사새끼하고 눈썹 모양이 비슷해... 하는 짓도
그렇고! (그녀에게)아가씬, 나가! 그리고 너 나하고 같이 죽자. 알았지?
견우 ...네? @.0;;;
탈영병 아가씨! 이런 놈 만나지 말고 다른 좋은 남자 사겨! 알았지? 나가! (버럭)빨리 나가!
점점 개짖는 소리가 가까이 들린다.
견우, 눈물을 질질 흘리고-
그녀 같이 나가요. 우리 셋 다.
탈영병 (울며) 안나갈래? 엉? 이새끼 죽이면 나갈 거야? 엉?
견우의 머리에 총구를 대는 탈영병.
방아쇠에 힘이 들어가고 있고-
입술을 깨물고 나가는 그녀.
그녀 (견우에게)걱정하지마, 군인아저씨 나쁜 사람 아냐... 꼭 같이 나오게 될 거야.
견우 (징징짜며)...나 두고 혼자 가는 거야?
그녀 어쩔 수 엄짜나?
그녀, 밖으로 나간다.
탈영병 (견우에게)혼자 가는 거 두려웠는데 같이 가게 돼서 반갑다.
- 52. 유령의 집 밖
그녀가 문 앞에 나오자 강한 써치라이트 불빛이 비치면서-
군인들이 바닥으로 납작하게 엎드린다.
그녀가 여자임을 알고 서서히 일어서는 군인들.
무전기 소리 인질이 있다! 치직... 칙. 인질이 있다. 아직 몇 명인지 모르지만 인질 한 명을
풀어준 것 같다.
- 53. 유령의 집 안
뭔가 생각이 떠오른 듯한 견우.
견우 맞아! 여기 회전목마 쪽으로 나가는 문이 있어요. 아는 사람 별로 없어요.
나 여기서 알바 해꺼든요.
탈영병 정말이야? 나 속일려고 그러지?
견우 나도 남잡니다! 왜 속입니까?
탈영병 앞장서봐!
- 54. 회전목마 앞
작은 문으로 나오는 탈영병과 견우.
멀리 유령의 집 앞에만 군인들이 진을 치고 있다.
견우 맞져? 내 말이 맞져?
탈영병 그래!
회전목마 쪽으로 살금살금 걸어가는 견우와 탈영병.
순간, 계획된대로 가로등들이 그들을 따라가며 주루룩 켜지고 있다.
때문에 군인들에게 발각되는 견우와 탈영병.
군인 저기다! 저쪽이다!
서치라이트가 견우와 탈영병 쪽으로 향하자-
탈영병, 견우를 이끌고 회전목마 뒤로 달아난다.
순간, 총소리가 땅땅 울리며 군인들이 회전목마 쪽으로 우루루 밀려온다.
카메라와 조명기들을 메고 뒤를 따라가는 보도진들-
탈영병 시팔 틀렸어! 시팔!
총소리에 놀란 그녀가 군인을 따라 회전목마 쪽으로 달려간다.
- 55. 조종실
견우의 친구가 총소리에 놀라 밖을 내다본다.
서치라이트에, 방송국 사람들에, 군인들에-
친구 뭐야, 띠팔! 제대로 핸는데... 쉬리 투 찍나?
- 56. 회전목마 앞
견우의 목에 총구를 대는 탈영병
탈영병 시팔! 가까이 오지 마! 죽여버릴 거야! 진짜 죽여버린다!
허공에 총을 발사하는 탈영병.
군인들이 납작하게 업드리고-
저격병들이 조준경으로 바라보고 있다.
조준경을 통해 보이는 견우와 탈영병.
저격병 (무전기에 대고) 인질이 가려서 위험합니다!
무전기 알았다 대기하라 칙 치직, 2번 저격수! 2번 저격수!
군인들 틈을 비집고 나와 견우와 탈영병을 바라보는 그녀, 입술을 깨물고 안타까워한다.
탈영병 시팔! 그년 오라고 그래! 그년 와서 나 죽는 꼴 보라고 그래!
- 57. 견우의 집
TV를 보던 견우의 아빠와 엄마, 견우가 인질로 잡힌 것을 보자 입을 쩍 벌리며 마주 바라
본다.
- 58. 회전목마 앞
군인들과 대치하고 있는 탈영병과 인질로 잡힌 견우.
탈영병 한시간 안에 오라고 그래, 시팔! 안오면 인질부터 죽이고 나도 죽어버릴 거야!
저격수의 조준경에 탈영병의 헛점이 드러난다.
저격병 인질이 위험하지만 해볼 만 합니다!
무전기 괜찮아! 둘 다 죽여도 돼!
저격병이 조준경을 보며 방아쇠에 힘을 주고 있다.
당겨지는 방아쇠.
땅- 소리와 함께 총알이 견우를 스치며 회전목마에 총알자국을 낸다.
그녀 안돼!
군인들을 헤치고 탈영병과 견우의 앞으로 나오는 그녀.
군인들이 잡으려지만 순간적이라 잡지 못한다.
그녀 쏘지 말아요! 쏘지 말란말예요! 이 사람은 나쁜 사람이 아녜요!
(군인들이 잠잠해지자 탈영병에게)탈영병 오빠! 오빤 좋은 사람이잖아요! 애인이 마음 변했
다고 그랬죠? 정말 애인을 사랑했나요? 내가 보기엔 아닌 것 같아요! 스스로한테 물어보세
요. 정말 사랑했는지 생각해 보세요. 아닐 거예요... 정말 사랑한다면 놓아줄지도 알아야 돼
요. 사랑하는 사람 행복해지길 빌어야 돼요... 그렇지 않으면 사랑한 게 아녜요... 사랑하지도
않는 사람이 남한테 시집좀 가면 어때요? 그만 하세요... 그리고 당당하게 부대로 돌아가세
요! 그리고 지금까지 사랑이라고 믿었던 거 다 잘못됐다고 생각하세요! 오빠 같은 사람은
진짜 사랑이 뭔지 알아야 돼요! 진짜 사랑이 뭔지 알려면 더 살아야 된단 말예요! 그건 탈
영병 오빠도 그렇고 견우도 마찬가지예요... 사랑이 뭔지 알기 위해서라도 살아야 된다구요!
우리 모두 더 살아봐야 된단 말예요!
스스로의 감정에 젖어 열변을 토하다가 울어버리는 그녀.
그녀의 말을 듣는 탈영병과 견우, 모두 울고 있다.
탈영병 (견우에게) 시팔! 오빠란 말 첨 들어봤어! 너, 저 여자 놓치지 마! 알았어? 놓치면 내
가 뺏어버릴 거야!
끄떡이는 견우.
탈영병 흐느끼다가 총을 땅에 툭 떨어뜨리자-
군인들이 우루루 몰려 탈영병에게 다가가고-
견우는 두 팔을 번쩍 벌리고 그녀에게 달려온다.
- 59. 조종실
견우의 친구, 내려다보다가
친구 지금이다!
스위치를 올리는 견우의 친구.
- 60. 회전목마 앞
회전목마에 불이 환하게 들어오며 빙빙 돌아가고-
생일축하 음악이 온 놀이동산에 퍼지면서-
불꽃놀이가 하늘로 올라가 펑펑 터지고 있다.
흐느낌이 가라앉지 않은 그녀를 얼싸 안는 견우.
견우 (훌쩍이며)생일 추카해!
잡혀가던 탈영병, 견우와 그녀에게 소리친다.
탈영병 고마워! 오늘 내 생일이야! 사랑이 뭔지 배울 때까지 살아있을 게!
흐느끼고 있는 그녀, 견우가 감싸주는데-
그녀 몸을 돌려 빠져나오더니-
그녀 뭐라구? 나하고 아무런 사이도 아니라구?
견우 아냐, 널 구할려고 계획 세운 대로 한 거라...! ,.ㅠ;;;
말도 끝맺기 전에 그녀의 주먹이 견우의 얼굴에 작열하고-
그녀 나라도 보내달라고? 너 혼자만 살겠다 이거짓!
견우 내가 안그래쓰면 넌 안보내 줘쓸거라...
견우의 복부를 찌르는 그녀의 주먹.
견우 ...끄응 ,. ;;;
그녀 너 혼자 잘 사라바!
그녀, 휙 돌아서 가버리고-
군인들이 탈영병을 차에 태워 가고 있다.
무전기 소리, 호르라기 소리, 개소리(?)들이 난무하고-
주변이 정리되고 있다.
그 위에-
견우(나레이션) 저는 그녀의 생일 날 또 돋때찌만... 그래도 기분은 조씀미다. 그녀를 만나고
인는 내가 자랑스럽기 때문임미다. 글구... 제 계획이란 거 사실이니까... 미더 주셔쓰면 조케
씀미다. 몬미드시게따구여? --;;
고개를 푹 숙이는 견우에서-
FADE OUT
암전된 상태에서 '후반전'이란 자막이 뜬다.
- 61. 학교
FADE IN
창을 통해 수업을 하고 있는 견우가 보인다.
견우(나레이션) 그녀는 절 버리지 않아씀미다. 오히려 우린 더욱 가까워졌다고 할 수 이씀미
다.
수업을 끝내고 나가는 교수님.
학생들에 섞여 밖으로 나오는 견우, 한 곳을 보고 눈이 휘둥그래진다.
화사한 옷차림에 하이힐을 신은 그녀가 미소지으며 바라보고 있다.
겸연쩍어하며 그녀 앞으로 다가가는 견우.
견우 마니 기다려떠? *^^*
그녀 (손가락으로) 아니. 쬐끔...
그녀가 팔짱을 껴주고, 친구들이 닭살돋아 우우 소리를 지른다.
교정을 걸어가는 그녀와 견우.
견우(나레이션) 우리는 남들의 시선에 아랑곳하지 않고 우리만의 데이트를 즐깁니다.
하이힐을 신은 그녀, 불편한 듯 벤치에 털썩 앉는다.
그녀 엄마가 상품권 얻어서 산 거라고 자꾸 졸르길래 신어떠니 발아퍼 주껜네.
견우 다리 주물러 주까?
그녀 아니, 갠차나... 대신 우리 신발 바꿔신자.
견우 헉! @.0;;;
그녀 왜, 싫어?
견우 남자가 어떻게 뾰둑구두를 신냐?
그녀 꾸겨신어도 대.
견우 ...아이... 어떻게...
그녀 그래? ...알았어!
삐친 듯 일어서서 가버리는 그녀.
견우도 일어나 그녀를 뒤따라 간다.
견우 왜그래? 내가 운동화 하나 사주께, 응?
그녀 (뒤도 안돌아 보고 가며) 대써!
견우 ...그럼 내 신발 신어, 난 니 신발 들고 갈게.
그녀 넌 여자를 몰라!
앞만보고 성큼성큼 가고 있는 그녀.
견우 알았어! 알았어! 바꿔 신으면 대자나!
금세 얼굴이 환해지는 그녀.
그녀 정말?
점프컷
견우의 친구들이 식은땀을 흘리며 바라보고 있다.
교정을 걷고 있는 그녀와 견우.
견우, 하이힐을 꺽어신고 쩔뚝이고 있고, 그녀는 기분 좋은 듯 견우의 팔짱을 끼어준다.
울상이 되어 남들 눈치를 보는 견우.
그녀 대신 내 비밀 하나 알려주께.
견우 ...뭔데?
그녀 나 시험 보는 날에는 노팬티다. 근데 ...오늘 시험 바따!
견우 @.0;;;
견우, 눈이 휘둥그래 지는데, 그녀는 휙 달아난다.
그녀 나 잡아바라!
멍하게 서있는 견우.
그녀 나 안잡으면 두거!
달아나는 그녀를 하이힐을 신은 채 쫓아가는 견우.
그녀, 깔깔 웃으며 달아나고, 견우가 쫓아가다가 넘어진다.
공중으로 툭 튀어오르는 하이힐 한짝, 지나던 사람이 받아들고 멍하니 서있다.
벌떡 일어나며 나머지 한 짝을 뺏어서 신고 쫓아가는 견우.
이리저리 뛰어 다니는 그녀와 견우.
견우(나레이션) 우리 넘 재밌져? ^^;;
- 62. 전철 안
전철을 타고 가는 견우와 그녀.
견우(나레이션) 그녀가 집에 갈 때 전 부평역까지 데려다 줌미다. 남자로서 당연히 할 도리
져.
그 동안에도 우리는 재미있는 놀이를 함미다.
전철 바닥에 동전으로 금을 긋는 그녀.
그녀 지나가는 사람이 왼쪽 발로 금을 밟거나 넘어가면 내가 이긴 거구... 오른 발로 밟거나
넘어가면 니가 이기는 거야. 아라찌?
견우 벌칙이 뭐야?
그녀 글쎄?
견우 ...뽀뽀해주기로 하자! *^^*
그녀 두글래?
견우 니가 정해. --;
그녀 (손가락을 튕기며) 이기는 사람이 한 대씩 때리기.
견우 또... 때리기야?
그녀 이기면 대자나!
견우 아라떠! ...온다! --;;
한 남자가 다가오고 있다.
왼발, 오른발, 왼발, 오른발 ....오른발!
견우 흐흐흐흐! ^^;
견우, 때릴까 말까 때릴까 말까 가지고 놀다가 엄청 쎄게 때린다. 퍽! (수박깨지는 소리 --;)
눈물이 찔끔 나는 그녀, ㅜ*ㅜ;
견우는 좋아서 어쩔 줄 모르고 있다.
그들의 놀이를 멍하니 바라보고 있는 맞은편의 승객들.
그녀 ... 불공평 한 거 가태... 난 여자니까 따귀로 하자.
견우 안대! 그럼 나도 따귀로 할 거야!
그녀 난 여자자낫! .
견우 남녀는 평등한 거얏! .
그녀 (발끈)좋아, 그럼 너도 따귀, 나도 따귀야! 아랐지? 바주기 엄따. 만약에 너, 여자라구
바주면 두거! 아라찌?
그 말에 마음이 약해지는 견우.
견우 아라써... 너 따귀... 난 손가락... ㅜ.ㅜ;
그녀 거바 그게 더 공평한 거지?
견우 으응. ㅜ.ㅜ;;
그녀 온다!
전철 다음 칸에서 하사가 군인 신병들을 이끌고 줄맞춰 오고 있다.
긴장하며 바라보는 견우와 그녀.
군기가 바짝 든 신병들, 하사가 핫둘, 핫둘, 구령을 부치고 있다.
견우, 재빨리 고개를 까딱거리며 왼발, 오른발을 예상해서 세고 있다.
견우 (계산이 끝난듯)흐흐흐! 보나마나 오른 발이야! ^^;
그녀, 긴장하고 있는데-
하사 발바꿔이~ 갓!
금 앞에서 발을 착착 바꿔 죄다 왼발을 딛는 신병들.
견우 ㅜ_ㅜ;;
그녀 ^________^;;
견우 꼭 때려야 대?
그녀 너, 하늘이 왜 파란지 아러?
견우 ...? ...그야... 햇빛이 공기중에 난반사돼서 흐터지니까 파장이 긴 파랑색이...
그녀 틀렸써! 나를 위해서야, 내가 하늘은 파란색이길 원하니까 파란거야. 알게써?
불이 왜 뜨거운지 아러? 나를 위해서야! 내가 불은 뜨겁기를 원하니까 뜨거운 거야. 아라
찌? 한국에 봄 여름 가을 겨울이 있는 이유가 먼지아라?
견우 ...너를 위해서지...
그녀 그래! 니가 태어난 이유가 먼지 아러? 나를 위해서야!
견우 야! 내가 먼저 태어난는데 어떻게 너를 위해서 태어날 수가 있냐?
그녀 넌 예비한다는 말도 몰라? 예수님 탄생을 예비하기 위해서 베드로가 먼저 왔다! 몰라?
견우 알어...
그녀 그럼 아까 군인들이 왜 지나갔는 지 아러?
견우 너를 위해서게찌. ㅜ.ㅜ;;
그녀 그러니까, 대!
침을 꿀꺽 삼키며 볼을 대는 견우.
짝!짝!짝!짝!짝!
견우 ㅠ,, ;;;
이어 반대 편 객차에서 다가오는 한 남자를 보고 눈이 휘둥그래지는 견우.
목발을 짚은 남자가 다가오고 있는데, 왼발만 있고 오른 발이 없다
침을 꿀꺽 삼키는 견우. 0,. ;;;
짝!!
견우 ,. ;;;;
견우, 얼굴에 코피가 스르르 흐르고 있다.
견우를 안쓰럽게 바라보는 그녀, 손수건으로 코피를 닦아준다.
그녀 마니 아파찌?
견우(나레이션) 그녀와 같이 이쓰면 하루가 어떠케 갔는지 모를 지경이람미다.
- 63. 스쿼시 경기장
허벅지와 종아리가 휜히 보이는 짧은 운동복을 입고 라켓을 든 그녀, 탈의실에서 나온다.
혼자서 라켓을 들고 갖은 폼을 다 재던 견우, 눈이 휘둥그래서 본다.
견우 *@____,.____,@*
그녀에게서 눈을 떼지 못하고 있는 견우.
그녀 너 어딜 자꾸 보는 거니?
공을 세게 치는 그녀.
공은 벽을 맞고 견우의 얼굴에 정통으로 날아든다. 퍽! *^___,,____ ;;;
자세를 다시 잡는 견우, 그녀가 공을 치면 또다시 얼굴에 맞는다. * ___,,____ ;;;
점프컷으로 이어지며, 그녀가 치면 무조건 견우의 얼굴에 맞는다. ㅠ,, ;;;
보다못해 화가나는 그녀.
그녀 야! 넌 얼굴이 라켓이니?
하며 공을 또 한 번 더 치는데-
또 견우의 얼굴에 맞는다. ㅠ,,ㅠ;;;
쿵 쓰러지는 견우.
견우 어떠케 공이 내 얼굴로만 날아오는 걸까여? 이상함미다. ㅠ,, ;;;
그녀가 한심스럽다는 표정으로 팔짱을 끼며 내려다 본다.
누워 있다가 그녀의 짧을 치마를 올려다 보고 다시 눈이 휘둥그래지는 견우. 0,.ㅠ;;
견우 ...오늘같은 날 시험바써야 대는대... *^______,ㅠ*;;;
- 64. 검도장
검도복을 입고 보호헬멧을 옆에 끼고 나오는 그녀, 나름대로 다른 멋이 있다.
견우 무슨 일을 해도 저는 지고는 못사는 섬미임미다. 저는 이길 때가지 짐미다.
이어 검도복을 입고 헬멧을 옆에 끼고 나오는 견우, *^_________,^* V
장난스럽게 헬멧을 거꾸로 뒤집어 쓰자-
그녀 야, 똑바로 써야짓!
하며 목검으로 머리를 한 대 친다.
견우, 머리를 맞고 뒤로 물러나다가 벽에 부딪치더니, 이리저리 옮겨다니며 여기 쿵, 저기
쿵 부딪치고 난리다.
그러다 열리는 사무실 문에 맞고 뒤로 쿵 넘어지는 견우.
사람들이 우루루 모여서 쓰러진 견우를 내려다 보면-
헬멧은 앞면인데, 몸은 뒷면, 마치 목이 돌아가서 죽은 사람처럼 보인다.
사람들 주건나바! 목이 완전히 돌아가써! 0,.O;;;
DISSOLVE TO
이어 마주보고 대결을 시작하는 견우와 그녀.
견우는 마치 무협지나 영화에서 본 것처럼 괜히 붕붕 뜨면서 마구 휘두르고-
그녀는 정확히 급소를 노려 탁탁 치고 빠진다.
다시 검을 겨누고 서는 견우와 그녀.
견우, 마구 휘두르며 공격 앞으로!
한참을 휘두르다 보면 앞에 그녀가 없다.
견우, 두리번 거리는데, 뒤에서 그녀가 머리를 사정없이 내리친다.
그 자리에서 주져앉는 견우.
점프컷-
다시 검을 겨누고 마주 서있는 견우와 그녀.
고속으로-
견우가 공중으로 붕 뜨며 검을 내리치는데-
그녀는 한 발 뒤로 물러서며 공중에서 내려오는 견우의 얼굴을 푹 찌른다.
착지를 하는 순간, 목검에 얼굴을 찔리며 목이 뒤로 푹 꺽이는 견우.
잠시 두사람의 움직임이 정지된 것처럼 보이더니-
견우, 바닥으로 쿵- 하고 쓰러진다.
쓰러진 견우를 내려다보는 그녀.
그녀 한판 더 할까?
DISSOLVE TO
- 65. 그 까페
견우가 까페 안으로 들어온다. 그녀의 자리에는 다른 남녀가 앉아있다.
서성이다가 사진이 붙어있는 보드를 보는 견우. 어떤 사진을 보더니 놀란다.
사진을 떼어 보는 견우.
모르는 남녀의 사진 속의 배경에는 그녀의 옆모습이 보이고 옆에 다정하게 앉아있는 그 남
자의 뒷모습이 보인다.
그 사진 위에-
웨이터 기억나요. 작년까지는 두 사람이 항상 같이 왔었는데...... 작년 봄인가... 겨울인가...
이 아가씨가 혼자서 꽃다발을 들고 와서 저한테 부탁을 했었죠. 그날 하루만 그 자리에 다
른 사람들이 앉지 못하게 해달라고요...
인터컷- 테이블에 놓여있는 꽃다발-
웨이터의 말을 듣고 있는 견우. 그 동안 그 자리의 남녀가 일어서 나간다.
다른 남녀가 앉으려 하는 찰라, 후다닥 뛰어가 자리를 차지하고 앉는 견우.
까페 맞은편의 옥상에 하얀 빨래들이 바람에 흔들리고-
그 사이사이로 언뜻언뜻 드러나는 여자의 모습, 혼자서 춤을 추고 있다.
마치 남자의 품에 안긴 듯 혼자서 춤을 추고 있는 여자의 모습.
견우 나레이션 ( ) 그녀가 항상 밝은 것만은 아님미다. 그녀의 가슴속에도 깊은 상처가 있어씀
미다. 그녀에게 상처를 주었던 넘은 도대체 어떤 넘일까여?
그때, 옆자리에서 그녀의 목소리가 들린다.
그녀 모하냐?
견우 응, 와써?
그녀 일찍 완네?
견우 ...응 ...가까이 이써꺼든...
그녀 나 보고싶어찌?
견우 거럼!
견우(나레이션) 그녀는 언제나 제게 밝은 모습을 보일려고 애씀미다. 전 그런 그녀가 조씀미
다.
웨이타 뭐 드시게씀미까?
견우 콜라!
그녀 두글래? 커피 마셔! 커피 두 잔이요.
견우(나레이션) (미소)저는 암미다. 그녀가 행동은 그렇게 해도 마음속엔 슬픔이 가득 하다
는 걸...
그녀 야! 뭐해! 왜 혼자 히쭉거리고 있냐?
견우 아... 아냐...
대꾸도 없이 두툼한 원고뭉치를 던져주는 그녀.
제목, <비천무림애가(卑賤武林哀歌)>가 보인다.
그녀 재미께찌? ^^;;
견우 엥? 또야? --;
그녀 왜? 읽기 싫어?
견우가 원고뭉치의 표지를 본다.
표지에는 '이 글을 읽고 재미없다면 죽어도 싸다.' 라고 써있다.
견우, 한숨을 내쉰다.
견우(나레이션) 그녀가 실망할지 모르지만 ...그녀를 위해서라도 전 제 의사를 분명히 밝혀야
함미다.
견우 재미께다야. 읽을게... ^^;;
그녀는 창밖을 내다보고 있고, 견우가 글을 읽고 있다.
견우(나레이션) ...이번에는 무협영화임미다. 여자주인공이 현상금을 노리는 무사로 나옴미다.
맑은 날에도 도롱이를 쓰고 다님미다. --;;
- 66. 영화장면2.
견우(나레이션) 남자 조연은 맑은 날에도 나막신을 신고 다니며 가즌 악행은 다 저지름미다.
배경설정이 엉터리임미다. 임진왜란이 세종대왕 때 일어났씀미다. 세종대왕 아버지가 연산군
이랍미다. 주인공은 화살을 수백대나 맞고도 죽지 안씀미다. 마지막엔 주인공이 황야에서 악
당과 결투를 벌임미다.
한옥들이 보이고, 여자주인공이 도롱이와 삿갓을 쓰고 벽보에 붙은 현상 수배 방을 바라보
다가 뜯어낸다.
바닷가-
현상수배의 그림과 같은 인물, 그녀를 보고 멈칫 놀라고-
그녀, 삿갓을 살짝 들치자 바람과 파도가 거세게 일고, 눈빛이 빛난다.
단칼에 현상수배 인물을 베는 그녀.
모래사장에 피가 쫙 뿌려진다.
이어 파도가 밀려와 지워지는 핏자국.
벌판-
비가 퍼붓고 있고, 도롱이와 삿갓을 쓴 적들이 우산을 들고 늘어서 있다.
우산을 공중에 날리며 화살을 걸어 쏘는 무사들.
그녀가 날아오는 화살에 고슴도치가 되면서 견우의 부하들을 물리치고 있다.
이어 화살에 고슴도치가 된 그녀, 삿갓을 끌러 던지고 긴 머리카락을 바람에 휘날리고 서있
다.
현상수배 그림을 보더니 바람에 던져 날리는 그녀, 화살이 몸 여기저기에 박혀있는 모습이
처절해 보인다.
맞서서 노려보고 있는 현상수배 인물은 견우, 바람에 날아가던 현상수배 그림이 견우의 얼
굴에 척 달라붙는다.
현상수배 그림을 떼어내더니 달려드는 견우.
서로 칼을 잡고 빙빙 돌더니 몇 합을 겨루는 그들-
섬광처럼 빠른 두 사람의 대결이 보이고-
그녀의 팔뚝에 칼자국이 그어지면서 칼이 허공으로 날아 땅에 푹 박힌다.
징그러운 웃음을 웃으며 그녀를 죽이려고 칼을 치켜드는 견우.
견우(나레이션) 악당은 여주인공의 목을 치려고 칼을 치켜들다가 벼락을 맞아 새까맣게 타
죽씀미다. 어디에도 흐리고 비오는 날이란 말은 없씀미다. --;;
여주인공은 나중에 왕이 되는데... 정조랍니다. 그녀 역시 미래에서 온 여자입니다.
견우가 번개를 맞아 죽는 장면과-
죽은 견우를 보다가 석양을 배경으로 쓸쓸히 멀어지는 그녀의 모습을 잡는다.
- 67. 그 까페
다 읽은 듯 원고뭉치를 덮는 견우. ㅜ.ㅜ;;
그녀 어때? 재미찌? 재미써지?
견우 으응 --;; 근대... 왜 주인공이 항상 미래인이야?
그녀 미래에는 과학이 더 발달할테니까 타임머신이 만들어지게찌?
견우 ...
그녀 미래인은 그걸 타고 과거로 여행올 거라구... 그럼 지금도 어딘가엔 미래인이 있을 거
야. 우리가 몰라서 그렇지... UFO는 아마 미래인이 타고 오는 타임머신 일지도 몰라. ...난
언젠가 미래인을 만나고 말거야. 만나야 대!
견우 미래인 만나면 너좀 데려가 달라구 그래.
그녀 뭐라구? 넌 이거나 신씨네 가따줘. 주인공은 시므나하구 한서뀨가 해쓰면 조케따고 그
래! 전도연도 갠차나...
견우 .\ /.;
그녀 그렇게 보지마, 가따주면 마신는 거 사주께.
견우 정말이지?
- 68. 신씨네
신씨네 직원 둘이서 이야기를 하고 있다.
직원1 요즘엔 말야... 재미없는 시나리오만 보면 속이 메스껍고... 막 울렁거려... 꼭 폭탄주를
열 잔 마시고 나서 롤러코스트를 탄 기분이야. 시나리오 읽는 게
공포스러워!
직원1의 뒤에 스르르 다가와 서있는 견우.
직원1이 흠칫 놀라며 돌아보면-
견우 안냐세여? 전화받으신 분이져? 이거 비천무림애가 거든여.
견우가 시놉시스를 내려 놓는다.
떨떠름하게 시놉시스를 들척이는 직원1.
- 69. 화장실
견우가 화장실로 들어와 쉬를 하고 있다.
그때, 직원1이 화장실로 뛰어들며 변기에 머리를 박고 토해댄다.
견우 ...등 두들겨 드릴까여?
직원1, 손을 내저으며 꺼억꺽 토하고 있다.
견우, 갸우뚱거리며 밖으로 나가고, 직원1은 계속 토하고 있다.
견우(나레이션) 신씨네에서는 아직까지 연락이 엄씀미다.
DISSOLVE TO
- 70. 분식집
분식집 주인이 견우 앞에 라면을 갖다 놓는다.
실망한 표정의 견우. --;;;
견우 마신는 거 사준대매?
그녀 (당연하다는 듯이)으응, 마신는 라면이야. 마시께찌? ^^;
견우 체엣~!
그녀 왜에~?
순진하게 갸우뚱거리며 되묻는 그녀가 너무 귀엽다.
견우 난 ...또...
그녀 머글래? 뒤집어 쓸래? .
견우 머글래. 자알 머그께... 마시께다야 --;;
라면을 먹는 견우.
그녀 마시찌?
견우 으응... 마시떠. --;
턱을 괴고 라면을 먹는 견우를 보는 그녀.
그녀 ...마시찌?
견우 으응... 마시따니까!
DISSOLVE TO
- 71. 기차길(밤)
전철이 밤길을 달리고 있다.
견우 그날, 전 그녀를 집 앞까지 바래다주어씀미다. 바로 그날...
- 72. 그녀의 집 앞(밤, 비)
비가 내리고 있고-
견우의 겉옷을 우산삼아 쓰고 뛰어가는 그녀와 견우.(견우는 그녀의 가방을 메고 있다.)
그녀의 집이 마주 보이는 한 처마 밑으로 뛰어오는 견우와 그녀.
그녀가 미소를 지으며 견우를 바라본다.
수줍어서 어쩔 줄 모르는 견우.
견우 잠시동안이지만 전 그녀의 뜨거운 눈빛을 읽을 수 이써씀미다.
잠시 어색함이 흐르는 두사람.
그녀 저기가 우리 집이야...
그녀의 집 앞으로 달려가는 그녀.
그녀 우산 가따 주께 잠깐 기다려!
견우 갠차나! 이왕 저전는데 머.
후다닥 골목길을 돌아 사라지는 견우.
그녀, 곧이어 대문을 열고 들어간다.
골목길을 뛰어가던 견우, 뒤늦게야 그녀의 가방을 메고 있음을 깨닫는다.
견우 에이씨!
다시 돌아서 그녀의 집 쪽으로 달려가는 견우.
집 앞으로 달려와 초인종을 누르려고 하는데, 문이 벌컥 열리고 50대의 남자가 내다본다.
순간 번개가 치고-
견우 헉!
순간, 번개와 천둥이 치며 전기가 나간다.
- 73. 집 내부
촛불을 가져다 탁자 위에 놓는 남자.
견우가 수건으로 머리를 닦으며 소파에 앉는다.
두리번거리는 견우.
남자의 아내가 견우의 옆으로 다가와 앉고-
남자 이게 정말 우리 딸애 건가?
견우 네!
남자 ...자네 정말 그애하고 같이 왔나?
견우 그... 그런대여?
남자 우리 딸애를 만났다구? ...그앤... 일주일 전에 죽었네! 남자하고 헤어져서... 고통스러워
하더니... 결국... 일주일 전에 자살했단 말이야! 이 친구야!
견우 ...네?
순간 번개불에 나타나는 그녀의 사진, 검은 리본이 매어져 있다.
으헉 놀라는 견우.
견우 ...조금 아까까지 같이 완는데...!
그녀의 가방을 안고 흑흑 울어대는 남자.
아내 이승을 떠나지 못하고 있어요! 여기 어딘가에 있을 거에요. (허공에 대고)얘야! 너 지
금 어디에 있니? 엄마 아빠한테 할 얘기가 있어서 온 거니? 얘야!
견우, 놀라서 어쩔 줄 모르며 희미하게 보이는 사진을 바라본다.
순간, 전기가 들어오며 실내가 환해진다.
전깃불에 드러나는 그녀의 사진, 자세히 보면 다른 여자다.
견우 ...!
남자 윤주야! 윤주야!
견우 저... 죄송합니다. 집을 잘못 찾아왔네요. 똑같이 생겨서...
남자가 안고 있는 가방을 뺏어서 후닥닥 달아나는 견우.
남자와 아내, 한숨과 함께 눈물을 닦으며 허탈, 썰렁한 표정으로 마주보고 있다.
- 74. 그녀의 집 안
견우, 소파에 앉아서 겸연쩍은 표정으로 집 안 여기저기를 둘러보고 있다.
탁자엔 소주와 안주가 놓여있다.
간간이 그녀의 부모와 눈이 마주치면 억지로 미소를 짓는 견우.
무거운 표정으로 견우를 바라보다가 혼자서 소주를 따루어 홀짝거리는 아빠.
그녀와 그녀의 엄마, 차가운 표정으로 아빠와 견우를 번갈아 주시하고-
말없이 소주를 기울이던 아빠.
아빠 자네가 우리 얘의 남자친구라고 할 수 있나?
견우 ...네...
아빠 자넨 우리 얘를 얼마나 알고 있다고 생각하나?
견우 ...아직...
아빠 ... 다음부터 밤늦게 다니지 말아라! --;;
하더니 아빠, 마치 그녀가 술을 마셨을 때처럼 앞으로 푹 고꾸라진다.
견우와 그녀, 엄마, 모두의 시선이 아빠를 따라 탁자로 꽂힌다. 0,.O;;
서로 어쩔 줄 모르고 바라보고만 있는 세사람. --;;;
견우 (일어나며)저 가보게씀미다.
- 75. 골목길
우산을 쓰고 빗속을 걸어가고 있는 견우, 별안간 우뚝 멈춘다.
견우 앗차! 내 가방!
다시 돌아서 그녀의 집 쪽으로 뛰어가는 견우.
그녀의 집 담 밑을 지나가는데-
안에서 그녀와 엄마가 다투는 소리가 들린다.
가만히 서서 그 소리를 듣는 견우. (빗소리에 섞여 거의 무슨 말인지 알아듣기 힘들다)
그녀의 엄마 (소리)너 엄마 마음을 너무 몰라주는 구나. 응? 오늘은 그사람 왜 바람맞춘 거
야! 엉? 엄마가 만나라는 사람이 어때서 왜 매번 바람만 맞추는 거니! 내가 견운가 직년가
그애는 만나지 말라고 했지? 그런 멍청하고 미래도 없는 애를 만나서 어쩌자는 거야?
그녀 (소리)엄마가 참견할 일이 아니잖아! 그애가 뭘 멍청하다고 그래? 엄마가 멍청하니까
멍청한 것밖에 안보이는 거 아냐?
그녀의 엄마 너 도대체 왜 이렇게 변했니, 엉?
그녀 (소리)내 멋대로 살게 놔두란말야!
이어 문소리가 나고 그녀가 빗속으로 뛰어나온다.
골목으로 숨는 견우.
그녀는 흐느끼며 반대편 골목으로 뛰어가 모퉁이로 사라진다.
그녀를 뒤따라 쫓아가 모퉁이에서 바라보는 견우.
그녀가 한 처마 밑에 서서 빗줄기를 바라보고 있다.
더 이상 가까이 다가가지 못하고 바라보는 견우.
그녀, 슬퍼보이고-
견우 어쩌질 못하고 있는데, 그녀의 아빠가 우산을 들고 그녀 쪽으로 다가가고 있다.
몸을 숨기며 바라보는 견우.
그녀의 아빠, 그녀의 옆에 다가서며 다독여 주고 있다.
아빠에게 안겨 우는 그녀.
견우, 그 모습을 보며 골목길을 빠져나가고 있다.
FADE OUT
- 76. 도서관
책상에 엎드려 자고 있는 견우.(장소가 불명확하게 보인다.)
견우(나레이션) 그 후 그녀에게서 얼마동안은 연락이 엄써씀니다.
핸드폰이 울리자 잠결에 책상에 엎드린 채 받는 견우.
그녀 견우야, 나야! 오랜만이지?
견우(나레이션) 그녀의 목소리는 아무 일 없었다는 듯 밝아보였습니다. 저도 덩달아 밝아짐
미다.
얼굴이 밝아지는 견우.
견우 응... 잘 지내떠?
그녀 응... 너 우리 100일 기념일 잊지 않고 이께찌?
견우 으응... 벌써 백일 댄나?
그녀 넌 여자가 어떨 때 젤 이쁘니?
견우 몸매 쫙 빠진 여자가 옷 벗꾸 이쓸 때!
견우의 목소리를 듣고 여기저기서 칸막이 위로 고개를 삐죽삐죽 내밀고 바라보는 사람들.
이제 거기가 도서관이란 것이 밝혀지고, 사람들 눈에는 견우가 보이지 않고 칸막이 너머에
서 목소리만 들려온다.
그녀 너 지금 어디써? 기다려!
견우 아냐... 아냐... 난 피아노 치고 있는 여자가 젤로 이쁘더라... 물론 벗고 치면 조케찌만...
그녀 무슨 곡 젤로 조아하는데?
견우 이짜나 조지 윈스턴이 친 거... 따안 따안 따안~ 일케 하는거...
그녀 파헬벨의 캐논?
견우 그래... 그거...
그녀 나한테는 안물어바?
견우 넌 남자가 어떨 때 젤로 이쁜데?
그녀 난 장미 꽃 한 송이만 주면 대. @->--- 그리고 너 고삘이 때 교복 이찌?
견우 왜?
그녀 100일 기념일날, 고삘이 때 교복 준비하고. 장미는... 나 수업시간에 강의실로 갖고와...
니가 직접! 아라찌?
뚝 끊기는 전화.
견우 모라구? 어떠케 수업시간에... 야! 야! 그냥 끄느면 어떠케 해!
견우, 화가 나서 벌떡 일어나면, 도서관의 모든 사람들이 자신을 바라보고 있다.
어쩔 줄 몰라하는 견우의 표정에서-
- 77. 견우의 집
자기 방에서 모자를 쓴 채 썬그라스를 쓰고 마스크까지 하는 견우, 거울을 보더니 끄떡거린
다.
방 문을 열고 나서는 견우,
엄마가 칼국수를 만들려고 밀대로 밀가루 반죽을 밀다가 도둑인줄로 알고 소리를 지르며 달
려든다.
견우의 母누구얏! 도둑이닷! 도둑이야!
견우 헉! 0,.O;;
말할 새도 없이 밀대로 배를 맞아 숨이 막히는 견우.
견우 꺼억, 꺼억...! ㅠ.ㅜ;;;
견우의 母, 견우를 엎어놓고 올라타서 선그라스와 마스크를 벗겨낸다.
견우의 얼굴이 드러나고-
견우의 母견우아냐? 너 미쳐써, 엉? 도대체 무슨 짓을 할려고 그래! 하라는 공부는 안하고
대낮부터 어딜 털러 가는 거야? 유흥비가 부조캐서 그래, 엉? 이게 도대체 무슨 질알이야!
질알은! 그리고 너! 요즘 부평에 맨날 와따가따 하면서 고모넨 왜 안들렷! 내가 고모 때문에
귀차나 죽겠단마럇! 오죽하면 너한테 여자 소개해 주게따고 꼬시겐냐, 엉?
들고 있던 밀대로 한 대 더 때리는 견우의 母.
견우 ㅜ.ㅠ;;;
- 78. 견우의 동네 길
선그라스와 마스크를 하고 꽃을 든 견우, 동네 길을 지나가고 있다.
담배가게 주인 견우학생! 그렇게 하고 어디가?
견우 --;;
세탁소 주인 견우야! 엄마한테 겨울에 맞겨놓은 잠바 찾아가라고 그래!
견우 --;;;
중국집 주인 견우학생, 쌍꺼풀 수술했어해?
견우 (멈추며 고개를 푹 숙이는...)ㅜ_ㅜ;;;
견우(나레이션) 이상함미다. 다들 저를 알아보는데 하필 우리 엄마만 못알아본 거져? 진짜
엄마 마씀미까? ㅠ_ㅠ;;
이어 무슨 아이디어가 떠올랐는지 썬그라스를 벗으며 중국집 주인을 힘주어 바라보는 견우.
- 79. 중국집
중국집 주인이 갸우뚱거린다.
견우가 빈 배달통을 열어 장미꽃 한송이를 넣고 인사를 하며 나간다.
견우 여자 대학교 아무나 못드러가는 거 아시져? 이래뵈도 저 잔머리 잘 굴러감미다.
- 80. 그녀의 대학교 앞
견우, 배달통을 들고 유유히 들어가고 있다.
수위실을 지나가려는 찰라-
수위 거기! 어딜가? 이리와봐!
견우 (당당히) 짜장면 배달가는대여?
수위 ...내가 시켰어. 이리 내려놔! 단무지는 많이 가져와찌?
견우 으헉! ㅜ.ㅜ;
입맛을 다시고 있는 수위 아저씨.
견우 아차, 단무지 빼노코 와써요... 다시 가져오깨요.
달아나는 견우.
수위 야, 짜장면은 주고 가야지!
점프컷
모자와 썬그라스, 마스크를 벗고 꽃을 당당히 들고 들어가는 견우.
견우(나레이션) 저는 당당히 들어감미다. 꽃배달은 배달 아님미까?
하지만 짜장면을 먹느라 바쁜 수위는 내다보지도 않는다.
견우 --;;
- 81. 그녀의 대학교 복도
넓찍한 복도를 걸어가며 강의실을 찾는 견우.
인터컷-
강의실 문을 벌컥 열고 안으로 들어서는 견우.
여학생들과 교수님이 견우를 주시한다.
그녀도 견우를 바라보고 있고-
견우 (그녀에게) 여보~! 애가 경끼를 해! 병원에... 빠, 빠알리 가봐!
여학생들과 교수님이 놀라서 그녀를 바라본다.
실망하는 그녀의 표정-
다시 복도-
상상을 하고 킥킥 웃어대는 견우.
강의실의 문 앞에 서서 옷매무새를 가다듬고 헛기침도 하더니-
드디어 교실 문을 연다.
- 82. 그녀의 강의실
문을 열고 바라보다 입이 쩍 벌어지는 견우. 0,.O;;;;
특강시간이라 교실도 강당같이 큰 데다가 500명이 넘는 아가씨들이 모두 견우를 향해 뒤를
돌아다보고 있는 것이 아닌가.
까마득하게 멀리 보이는 강단, 그리고 강의를 하다가 견우를 보고 있는 교수.
견우, 상상외라 당황스럽지만, 이왕 부딪친 거 당당히 들어선다.
견우, 여기저기 두리번거리지만 학생들이 많아 그녀의 얼굴을 찾지 못한다.
중앙의 통로로 다가가 화끈거리는 얼굴을 붉히며 그녀를 찾는 견우.
그때, 저 멀리 앞자리에서 그녀가 일어서며 견우를 바라본다. 행복한 미소를 지은 채-
천개의 눈동자가 지켜보는 가운데-
견우는 점점 용기를 얻으며 그녀에게 당당히 다가가고 있다.
견우를 미소로 바라보던 그녀, 앞으로 몇걸음 걸어나가 피아노 앞에 앉더니 파헬벨의 캐논
을 치기 시작한다.
그녀가 치고 있는 음악이 견우의 발걸음에 힘을 북돋아 주고-
맨 앞으로 다가가 피아노를 치는 그녀의 뒤로 다가서는 견우,
곡을 끝내고 일어서는 그녀에게 꽃을 바친다.
순간, 우와! 함성과 박수가 요란하게 나고-
견우와 그녀, 환호 속에 감격하면서 촉촉이 젖은 눈망울로 서로를 바라본다.
이어 학생들이 박수로 장단을 맞추며 구호를 외치기 시작한다.
학생들 키쓰! 키쓰! 키쓰! 키쓰!
교수님 (덩달아)키쓰! 키쓰!
견우, 그 북새통에 진땀을 흘리며 망설이다가 눈을 스르르 감고 입술을 삐죽 내민다.
그녀, 견우의 허리를 덥썩 잡아 감더니 입을 맞춰준다.
학생들, 잠시 숨죽인 듯 조용하다가-
그녀가 입술을 떼자 다시 박수와 환호가 떠나갈 듯 울린다.
학생들 우와아! 짝짝짝짝짝-
교수님 오늘 수업 끝!
행복하게 마주보고 있는 견우와 그녀. *^___^*
견우 그것으로 끝날 그녀가 아니어씀미다.
DISSOLVE TO
- 83. 지하철 역 화장실 앞
남녀 화장실에서 각각 나오는 견우와 그녀, 둘 다 고등학교 교복을 입고 있다.
삼룡이 옷처럼 작고 짧은 견우의 교복.
그녀도 고교 시절로 돌아간 듯하다.
- 84. 소주방
문을 힘차게 열고 들어오는 고등학생 차림의 견우와 그녀.
주인이 가로막자 여유롭게 주민등록증을 내미는 견우와 그녀가 고속으로 보인다.
주인, 황당해 하고-
손님들이 모두 어리둥절해 하며 쳐다본다.
DISSOLVE TO
자리에 앉아 술을 마시고 기분 내는 견우와 그녀.
그녀 야! 마셔, 마셔! 오늘 바주께! 갠차나! (담배를 꺼내 물려주며)야! 담배도 펴!
견우 선생님이 보시면 어떻게 하라구, 걸리면 정학이야!
그녀 갠차나, 갠차나! 내가 이짜나 팍팍 펴!
견우 너 대게 조은 하꾜 다니는구나, 조케따!
견우(나레이션) 우리는 오랜만에 아름다운 학창시절로 돌아가씀미다.
- 85. 나이트 클럽
견우와 그녀가 신분증을 보이며 당당하게 나이트 클럽으로 들어가는 모습이 슬로우로 보인
다.
맥주를 마시며 신나게 떠들어대는 고등학생 복장의 견우와 그녀.
DISSOLVE TO
쿵광쿵꽝 테크노뮤직이 울려퍼지고, 스테이지에 가득찬 사람들이 춤에 취해있다.
스테이지의 중간에서 춤을 추는 그녀와 견우.
그녀와 견우가 이리저리 휘젓고 있자 사람들이 밀려나고-(견우는 <쉘위댄스>의 가발맨 처
럼 춤을 춘다.
결국 두 사람이 스테이지를 장악한 채 신나게 춤을 춰댄다.
멍하게 바라보는 사람들.
춤을 추는 견우와 그녀, 슬로우로 변하더니 프리즈 프레임이 된다.
견우 우리가 다녀간 이후로 그 나이트 클럽은 한 달에 한 번씩 추억의 교복 무도회를 연다
고함미다.
- 86. 거리
차들이 휙휙 지나가고 있고,
이어 취한 그녀를 업고 택시를 잡으려 차도로 들어서는 견우.
견우 그날... 그녀는 또 무너져씀미다.
그녀를 업고 택시를 잡으려고 이리저리 뛰는 불쌍한 견우.
그때, 남자 한 명이 지나가며 견우에게 뭔가를 준다.
남자 에이즈를 예방합시다!
견우가 받아들면 콘돔이다.
주머니에 쑤셔 넣으며 택시를 잡는 견우.
택시들은 잘 안세워주고 그냥 달아난다.
- 87. 택시 안
모범택시 내부. 그녀가 견우에게 기대 잠을 자고 있다.
입가에 미소를 띤 채 행복한 꿈을 꾸는 듯한 모습의 그녀.
견우가 그녀의 어깨를 감싸고 바라본다.
견우(나레이션) 그녀는 지금 행복한 꿈을 꾸고 있습니다. 얼마전 여관에서 취해 잠을 자고
있던 그녀의 모습과는 너무나 다른 모습임미다. 그녀의 아픔은 이제 치유된 걸까요? ...그
건... 제가 그녀 곁에 더 이상 없어도 된다는 뜻일지 모릅니다.
견우 (운전사에게) 좀... 천천히 가세요.
- 88. 그녀의 집 거실
견우와 그녀의 아빠, 엄마가 앉아있다.
심각한 표정의 엄마와 아빠.
그녀의 아빠, 소주잔을 기울인다.
아빠 한 잔 할래?
견우 아니... 대씀미다.
아랑곳 않고 견우에게 술을 따뤄주는 아빠.
견우, 술을 마시려고 고개를 돌리자 그녀의 엄마와 얼굴이 마주친다.
미소로 얼버무리며 술을 드리키는 견우.
술맛이 싱겁자 갸우뚱하는 견우.
아빠 ... 졸업하면 뭘 할 건가?
견우 ...사실... 아직 뚜렷하게 생각해 본 건 엄씀미다.
아빠 ...자네 주머니에 있는 소지품들을 좀 볼 수 있나?
견우 ...예?
견우, '돋대따'는 표정으로 망설이더니 주머니에서 소지품들을 주섬주섬 꺼내 놓는다.
아래로 툭 떨어지는 콘돔.
아빠, 콘돔을 집어 바라보고 있다.
주머니에서 나오는 담배, 라이터, 핸드폰, 새 지갑, 동전, 그리고 야한 사진의 명함 등등-
아빠 (콘돔을 보며)이건 무엇에 쓰는 물건인가?
견우 ...예... 에이즈 추방하는데 쓰는 거라고... 배웠는데... 아직... 못써바씀미다.
...사실은 길에서...
아빠 됐네!
이어 야한 사진의 명함을 들어보는 아빠. 견우가 식은땀을 흘리고 있다.
이어 아빠, 라이터를 집어 '날아라 영계'란 글자를 바라본다.
아빠 날아라 영계가 뭐하는 덴가?
견우 저... 삼계탕 집인가 본데... 여? --;;;;
라이터를 뒤집자 '확실히 보여드립니다' 라고 써있다.
글씨를 보더니 견우를 이상하게 보는 아빠.
견우 ... 맛을 확실히 보여준다는 뜻인거 가튼데... --;;;;;;
끄떡이며 술을 드리키는 그녀의 아빠.
아빠 우리 딸애 어떻게 생각하나?
견우(나레이션) 저는 당당히 말할 수 이써씀미다.
견우 아직은 친구로 지내고 이씀미다. 너무 걱정마세여... 만약에 서로 좀 더 가까워지게 된
다면 꼭 말씀 드리게씀미다.
그때, 그녀의 엄마가 아빠를 쿡쿡 찌르며 빨리 말하라고 신호를 보낸다.
아빠 우리 딸애... 그만 만나게.
그 말을 끝낸 아빠, 앞으로 푹 고꾸라진다.
쿵-
견우 0,.O;;;;
엄마 어머, 이상하네? 술에 물을 탔는데...?
DISSOLVE TO
- 89. 거리(저녁무렵)
견우가 터덜터덜 걸어가며 전화를 걸고 있다. 몇번 신호가 울릴 때 그냥 끊어버리는 견우.
견우, 맥이 빠지며 고개를 푹 숙인다.
견우 그후로 그녀의 전화가 엄써씀미다. 싱겁지만 우린 그렇게 헤어진 게 분명함미다.
그때, 견우를 스쳐 지나가는 잘 빠진 여자.
자신도 모르게 눈동자가 그녀를 쫓는 견우.
견우 난 그녀와 헤어졌다. 이제 자유다. 전 그렇게 자위해씀미다.
서서히 미소를 띠는 견우의 표정.
이어 견우가 그녀를 뒤따라가 뭐라고 말을 붙인다.
- 90. 까페 안
성공을 한 듯 까페로 들어오는 견우와 여자.
그때, 핸드폰이 걸려온다.
견우 여보세요?
그녀 (소리)나야, 오늘 일곱 시까지 그 까페로 와. 만나자.
견우 ...왜?
그녀 ...뭐? 왜? ...나 오늘 남자 만난단마랴. ...사십 오분 내로 왓!
견우 ...나도 여자 만난단 말야!
끊어지는 전화.
견우, 심통이나서 시무룩해진다.
DISSOLVE TO-
꼬신 여자와 까페에서 맥주를 마시며 떠들어 대는 견우.
견우(나레이션) 저는 어떠케 할지 결정을 하지 못하고 술을 마셔버렸씀미다.
견우의 핸드폰이 울린다.
그녀 오고 있는 거야?
견우 나도 여자하고 가치 이딴마랴!
그녀 빨리와.
뚝 끊어지는 전화.
견우, 맥주를 벌컥벌컥 들이키고 또 시킨다.
맞은편의 여자도 엄청 잘 마신다.
DISSOLVE TO
발그레하게 취한 견우와 여자.
마주보고 비실비실 웃는다.
맥주 잔을 부딪치며 또 마시는 견우와 여자.
견우의 전화기가 또 울린다.
전화기 밧데리를 빼버리는 견우, 그리곤 여자에게 히히덕 웃어준다.
따라 웃는 여자.
견우, 일어나 화장실로 간다.
- 91. 화장실 안
견우가 비실비실 걸어가 쉬를 하고 있다.
곧이어 남자 화장실로 들어오는 여자.
견우 0,.O;;;
여자, 씨익 웃더니 남자 변기 앞에 서서 지퍼를 쭈욱 내린다.
견우, 그녀의 거시기를 내려다보고 눈이 휘둥그래진다. @,.@;;;;
여자(?) 술 취하면 자꾸 옛날 버릇이 나와서... 서서 봐요.
오줌빨이 뚝 끊어지는 견우글면서 벽을치며 운다..
- 92. 그 까페(밤)
시무룩하게 들어서는 견우.
그녀는 남자와 앉아있다.
자리로 다가가는 견우.
견우 안냐세여?
그녀 (남자에게)견우씨에요.
견우 ...!
석원 차석원이라고 함니다. 반갑씀미다.
견우 네... 반갑습미다.
자리에 앉는 견우, 하지만 서먹서먹 말이 없는 그들-
그녀 정말 다른 여자하고 이써써?
견우 아니... 남자랑 이써찌! --;;;
웨이터 뭐 드시게씀미까?
견우 커피여.
그녀 콜라 마셔두 대.
견우 ...커피 마시께...
할 말이 없이 다소곳이 앉아있는 그녀와 견우, 석원.
석원 견우씨, 행복하겠어요? 제가 귀 따갑게 들었거든요. 아주 좋은 친구 같아요.
견우 (혼자서)... 친구!
말없이 앉아있는 그녀를 바라보는 견우.
그녀, 견우의 눈길을 의식하지만 돌아보지 않고 있다.
그녀 (일어나며)나 화장실좀 가따 오께...
그녀, 화장실로 향한다.
뒤따라 일어나 그녀를 쫒아가는 견우.
그녀, 견우가 쫓아오는 걸 알고 멈춰선다.
그녀 왜?
견우 ...이리와.
그녀의 손을 잡고 계단 입구로 데려가는 견우.
그녀 ...석원씨 어때?
견우 잘 모르지만 나쁜 것 같진 않아. 너... 옛날에 헤졌다던 남자... 저사람 아니지?
그녀 ...응! 어떠케 아라써?
견우, 그녀를 가까이 당겨 목걸이를 풀러준다.
견우에게 안긴 것같아 이상한 느낌의 그녀, 어쩔 줄 모르고 서있다.
그녀의 주머니에 목걸이를 넣어주는 견우.
견우 새 남자 만날 땐 지난 일 잊어... 아라찌?
그녀 ...어떻게 아란냐구?
견우 ...이 목걸이 ...헤어졌다던 그 남자가 준거겠지? 단순히 헤어진 거라면 그 목걸이 ...하
고 다니지 않았을 거야... 니 성격에... 그리고 너... 가끔... 그 남자한테서... 벗어날 수 엄따고
말해찌? 그건 니가 사랑했던 사람이... 이 세상에 없다는 뜻 아냐?
끄떡이는 그녀, 눈물이 핑 돌 것 같다.
그녀 저 사람은... 그전부터 엄마가 만나보라고 한 사람이야... 엄마 등살에... (기분을 바꾸며)
나쁜 사람같진 않지?
견우 응... 내 말 잘 들어... 난 갠찬치만... 잘 모르는 남자 앞에서는 성질 조금만 죽여... 남자
들은 여자다운 거 더 좋아하자나... 글구... 술 절대로 세잔 이상 마시지마... 여자가 술먹고
쓰러지는 거 이용하는 남자들 많아...
그녀 너!
견우 글구 ...나한텐 갠찬치만 ...다른 남자한텐 뭐든 한 번 져줘봐... 이길려고 하지 말고... 좋
아할 거야... 아라찌?
견우, 안으로 들어가고-
그녀, 그 장소에 서서 움직일줄 모르고 있다.
이어 석원의 앞자리로 와서 앉는 견우
견우 저... 제 부탁 들어주실 거죠?
석원 뭔데요?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라면...
견우 쉬운 일이에요... 쟤한테 여자다운 거 요구하지만 않으면 대여... 그리고 술은 세잔 이상
먹이면 안되구여... 아무나 패거든여... 까페에 가면 콜라나 쥬스 마시지 말고 커피를 드세
여... 글구... 가끔 때리면 안아파도 아픈 척하거나 아파도 안아픈 척 하는 걸 조아해여... 쟤.
만난지 백일이 되면 강의실에 찾아가서 장미꽃 한 송이를 내밀어 보세여... 너무 조아할 거
에여... 검도하고 스쿼시는 꼭 배우세여... 글구 가끔 유치장에 가는 것도 감수할 수 이써야
대여. ... 가끔 죽인다고 협박하면... 진짜 죽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세여... 그래야 편해요... ...
가끔 다리가 아프다면 신발도 바꿔신어 주세요... 마지막으로... 쟤... 글쓰는 거 좋아하거든
요... 칭찬 많이 해 주세요...
석원 ...!
- 93. 화장실 안
그녀가 물로 얼굴을 씻어내리고 있다.
거울을 보더니 밖으로 나가는 그녀.
- 94. 까페 안
그녀, 석원의 앞자리로 다가가 앉아서 두리번거린다.
그녀 견우씨는... 요?
석원 먼저 갔씁니다. 제가 지켜야 할 수칙을 적어도 열가지는 알려줬어요. 저 암기력 좋거든
요? 외워볼까요? 첫 번째, 여자다운 거 요구하지 마라. 두 번째, 술은 세잔이상 먹이지 마라.
세 번 째, 까페에선 커피만 마셔라, 네 번째, 때리면 아파도 안아픈 척 해라.
그녀, 석원의 말이 들리지 않는 듯, 뛰어나갈까 말까 망설이고 있다.
음악이 흐르며-
점점 잦아드는 석원의 목소리-
그녀의 갈등이 점점 커진다.
석원 다섯 번째, 백일 기념일 되면 강의실에 장미 한송이를 갖다 바쳐라. 여섯 번째, 검도하
고 스쿼시를 꼭 배워라. 일곱 번째, 가끔 유치장에 가는 것도 감수해라, 여덟 번째, 다리가
아프다면 신발도 바꿔신어라, 아홉 번째, 죽인다고 협박하면 진짜 죽는 줄 알아라. 열 한 번
째, ...
그녀, 결국 눈가에 이슬이 스르르 맺히더니 갈등을 끝낸 듯 일어서 뛰어나간다.
석원 ...?
- 95. 거리
두리번 거리며 거리를 뛰어가고 있는 그녀.
광장을 가로질러 지하철역 안으로 뛰어들어간다.
- 96. 전철역
지하철 역 안으로 뛰어들어오는 그녀.
표도 사지 않고 개찰구를 넘어 뛰어간다.
역 안으로 뛰어가는 그녀.
많은 사람들 틈에서 견우를 찾는 것이 쉽지 않다.
승강장의 문자판에 'XX행 열차가 전 역을 출발했씀미다'라고 떠오른다.
마음이 급해진 그녀.
그녀 견우야!
그녀의 목소리는 안내방송에 묻혀 잘 들리지 않는다.
그녀 견우야!
낯모르는 사람들만 돌아볼 뿐-
낙담스런 그녀, 다른 곳으로 뛰어간다.
- 97. 지하철 관리 사무실
그녀가 문을 열고 뛰어들어온다.
역무원이 일을 하다가 돌아 본다. (여관 주인과 조폭 두목, 학교 수위를 닮음)
역무원 무슨 일로 오셔씀미까?
그녀 급하게 부탁드릴게 있어요!
- 98. 지하철 역 안
견우, 사람들에 섞여 지하철이 오기를 기다리고 있는데-
사람들이 문자판을 올려다보면서 '뭐야? 견우가 누구야?' 하고 쑤근거린다.
그 소리에 문자판을 올려다 보는 견우.
'견우야! 에스컬레이터 아프로 와! 안오면 두거! .
기다리고 이쓰께. 빨리와! 아라찌? ^^;;;' 라고 써진다.
눈이 휘둥그래지는 견우, 괜히 감격에 글썽인다. *^______________ㅠ*
사람들, 놀란 눈으로 서로 바라보고-
견우, 밀려오는 사람들을 헤치고 에스컬레이터로 오른다.
사람들, 글자판을 보고 에스컬레이터 쪽으로 몰려오며 올려다 본다.
에스컬레이터는 아래로 내려가고 있는데, 견우는 마치 다람쥐처럼 위로 뛰어오르고 있다.
위쪽 에스컬레이터 입구에 모습을 드러내는 그녀.
에스컬레이터를 거슬러 올라가 그녀에게 달려가는 견우,
그녀를 덥썩 껴안는다.
사람들이 모두 바라보며 박수를 쳐준다.
그녀, 잠시 포옹을 받아주는 듯 하더니-
그녀 (글썽이며)누가 껴안으래썻!!
견우의 턱을 사정 엄씨 날리는 그녀.
견우, 퍽 맞고 턱이 휙 돌아간다.
견우 ㅜ.ㅠ;;
사람들 0,.O;;;
그녀 (미소와 눈물) 바보야! 피했어야짓!
다시 포옹하는 그녀와 견우.
DISSOLVE TO
- 99. 그녀의 집 앞
집 앞으로 다가오는 견우와 그녀.
그녀 들어갈게... 가...
견우 먼저 들어가.
그녀 아냐... 먼저 가.
서로 헤어지지 못하고 서서 바라보고 있는 견우와 그녀.
그녀가 피식 웃자 견우도 같이 피식 웃는다.
이어 서로 얼굴을 뚫어져라 바라보는 견우와 그녀.
견우(나레이션) 전 그녀의 심정에 대해서 알 것 같기도 하고 모를 것 같기도 함미다. 그녀와
전 지금 갈래길에 서있는 것이 분명함미다. 우리는 도대체 어떤 사일까여? 지금과 같은 관
계가 영원히 지속될 수 있을까여?
키스하려고 견우의 입술이 가까워지고 있다.
뒤로 약간 빼던 그녀, 입술을 허가해준다.
둘의 입술이 닿는 순간, 그녀의 등뒤의 초인종이 눌러지고 딩동 소리가 난다.
입술을 떼는 견우와 그녀.
인터폰 누구세요?
그녀 (견우의 얼굴을 바라보며) 나에요, 아빠.
바로 문이 열린다.
아쉬운 듯 바라보다가 뒤돌아 뒤어들어가는 그녀.
한숨을 쉬며 우두커니 서있는 견우에서.
DISSOLVE TO
- 100. 견우의 집
편지를 쓰고 있는 견우.
조금 쓰고 찢고, 또 조금 쓰고 찢으며 글을 쓰고 있다.
그 위에-
견우(나레이션) 그녀는 제게 편지를 써서 가져오라고 해씀미다. 편지지에 직쩝 써야 됨미다.
저는 제 마음을 충분히 표현하기 위해서 단어들을 고르고 골라씀미다. 처음에 그녀를 만나
쓸 땐 주제넘게 그녀의 아픔을 치료해주겠다고 해씀미다만... 갈수록 그녀에게 미련이 생김
미다. 우리 사이가 좀 더 분명해쓰면 하는 욕심도 생김미다. 편지에 그런 내 심정에 대해 쓰
고 이씀미다. 그녀도 아마 지금 제게 편지를 쓰고 이 쓸 검미다.
견우가 편지를 쓰는 동안, 전철에서 처음 만났던 장면,
여관에서 그녀의 자는 모습을 바라보는 장면,
강의실에 꽃을 전해주고 입맞추는 장면,
그녀가 전철역에서 부르는 장면 등등이 스쳐지나간다.
견우 ...우리는 그러케 헤어짐을 준비하고 있어씀미다.
FADE OUT
- 101. 산
등산을 하고 있는 견우와 그녀.
계곡을 따라 맑은 물이 흐르고, 땀을 흘리며 산을 오르는 견우와 그녀.
산 꼭데기-
산 아래로 강물이 흐르고 있다.
말 없이 흐르는 강물을 바라보는 견우와 그녀.
그녀 견우야, 저기 보이는 산봉우리 이찌? 보이지?
견우, 까마득히 멀리 보이는 산봉우리를 본다.
견우 응, 보여.
그녀 여기서 소리지르면 저기까지 들릴까?
견우 들리게찌? 아니, 안들릴 꺼 가튼데?
그녀 한 번 가봐! 내가 여기서 소리 지를테니까 들리면 대답해!
견우 뭐라구? 저기까지 가보라구? 0,.O;;;
그녀 응!
견우 ㅜ.ㅜ;;;;
- 102. 정상
낑깅대며 산 봉우리로 올라가는 견우, 개미보다 더 적게 보인다.
간신히 산 봉우리에 올라 손을 흔드는 견우.
손을 흔들며 소리지르는 그녀.
그녀 견우야! 들려어?
그녀, 귀를 기울여 봐도 견우의 소리가 잘 들리지 않는다.
그녀 (큰 소리로)견우야! (작은 소리로) 미안해... 나 정말... 아무래도 극복할 수 없나봐.
견우의 외침, 뭐라고 하는지 잘 들리지 않는다.
그녀 (큰 소리로)견우야! ...미안해! (작은 소리로)미안해...
눈물을 흘리는 그녀.
그녀 큰 소리로 견우야 ( ) ! (작은 소리로)나도 어쩔 수 없는 여잔가봐! 난... 다르다고 생각했는
데... (다시 큰 소리로)그래애! 난 여자야! 어쩔 수 없어! 나... 극복이 안돼! 극복할 수 없어!
더 이상 소리를 지르지 못하고 흐느끼는 그녀.
DISSOLVE TO
- 103. 동. 정상
산 아래로 굽이치는 강물을 바라보고 있는 그녀.
견우가 지친 모습으로 다가오자 눈물을 싹싹 닦고 활짝 웃는다.
다가와 픽 쓰러지는 견우.
견우 우와! 멀다!
그녀 (일어나며) 내려가자!
견우 좀 쉬었다 가야짓! .
그녀 (내려가며) 뭐가 힘들다고 그랫?
앞서서 걸어내려가는 그녀.
견우, 눈알이 팽팽 돌지만 억지로 일어나 그녀를 뒤따른다.
견우 가치 가야짓!
DISSOLVE TO
- 104. 강이 보이는 나무 아래.
강이 내려다 보이는 호젓한 언덕의 나무 한 그루,
무성한 잎파리들이 저녁무렵의 바람에 일렁인다.
그 나무 아래에 앉아 강물을 바라보는 견우와 그녀.
그녀, 등산가방을 연다.
견우는 먹을 것인줄 알고 입맛을 다시고 있다.
그녀의 등산 가방 안에서 나오는 타임캡슐.
그녀 너 편지 가져와찌?
견우 그게 모야?
그녀 타임캡슐!
견우 ...?
그녀 우리 편지를 여기따 넣어서 땅에 묻는 거야. 글구 2년 후에, 오늘 이 자리에서 만나자.
우리... 그날 다시 만나서 편지를 읽어보면 뭔가 답을 얻을 수 이쓸 지도 몰라.
견우(나레이션) 그녀는 헤어지자는 말을 그렇게 대신했고, 저는 마음속으로 2년이란 긴 시간
이 아니라고 되뇌이고 되뇌어바씀미다.
편지를 타임캡슐에 넣는 그녀와 견우.
타임캡슐을 잠그며 날짜를 맞추는 견우와 그녀.
그녀 2년 후, 오늘 오후 2시에 열리는 거야.
견우, 끄떡인다.
이어, 나무 아래의 땅에 묻고 그 위에 돌을 쌓아 작은 무덤처럼 만드는 그녀와 견우.
견우(나레이션) 2년 후에나 우리는 다시 만날 수 있씀미다. 2년 후에 다시 만난다면 그녀와
나 모두 달라져 이 쓸 검미다. 그리고 우리는 지금보다 더 가까워지던지 아니면 아주 헤어
지던지 둘 중에 하나를 선택할 수밖에 엄씀미다.
눈에 이슬이 맺힌 듯 서로의 얼굴을 바라보지 못하는 두사람.
돌무덤을 배경으로 산을 내려가는 두사람.
- 105. 강가
강물을 보면서 작은 돌 하나를 집어드는 견우.
그녀 이 강물 얼마나 깊을까?
견우 0,.O;;
견우의 표정을 보더니 킥킥 웃는 그녀.
그녀 (목걸이를 꺼내 주며) 이거 강물에 던져.
견우 왜?
그녀 ...니가 던져야지 더 멀리 나가지.
망설이던 견우 있는 힘을 다해서 강물에 목걸이를 던진다.
- 106. 기차역
기차가 힘차게 역으로 들어오고 있다.
기차를 기다리던 견우와 그녀, 서로를 똑바로 바라보지 못하고 서있다.
기차가 다가와 멎고-
그녀 ...먼저 가.
견우 ...!
그녀 ...우리 여기서 헤어지자.
견우 같이... 가야지...
그녀 아냐... 난 다음 기차로 갈게... 그게 좋을 거 같애...
그녀를 물끄러미 바라보는 견우, 그리고 외면하는 그녀, 눈물이 글썽인다.
이윽고 결심한 듯 기차에 올라타는 견우.
견우 2년 후에 만나는 거야!
그녀 응... 2년 후!
견우 2년!
그녀 잘가!
견우 잘가!
기차가 출발하고, 서로는 점점 멀어지고 있다.
견우, 이를 악물고 안으로 들어가 자리에 앉는다.
입술을 떨며 슬픔을 참고 있는 견우.
멀어지는 기차를 바라보며 입술을 깨무는 그녀.
견우, 고개숙이고 앉아있다가 도저히 그냥 헤어질 수 없다는 듯 몸을 일으켜 문쪽으로 뛰어
간다. (슬로우)
기차가 멀어지는 동안 어쩔줄 몰라하며 서있던 그녀, 기차를 따라 뛰어가기 시작한다.(슬로
우)
달리는 기차문으로 달려와 심호흡을 하며 휙 뛰어내리는 견우.
동시에 달리는 기차를 따라잡아 간신히 올라타는 그녀, 한숨을 놓는데-
기차에서 뛰어내려 뒹구르는 견우가 그녀의 눈에 스쳐지나간다.
그녀 견우야!
그제서야 그녀가 기차에 올라탔다는 것을 알아차리는 견우.
견우 어?
그녀 ...!
자리가 뒤바뀐 견우와 그녀.
기차에 탄 그녀는 안타까워하며 멀어져가고-
견우는 닭 쫓던 강아지처럼 허탈해 하며 멀어지는 기차를 바라보고 있다.
견우 (나레이션)우리는 그렇게 헤어져씀미다.
FADE OUT-
암전되 상태에서 '연장전'이란 자막이 뜬다.
견우(나레이션) 저는 그녀와 헤어진 후 허전함을 이길 수 엄써씀미다. ...전 추억을 생각하며
인터넷에 그녀와 이써떤 일들을 올리기 시작해씀미다.
- 107. 견우의 집
화면이 밝아지면 견우가 컴퓨터를 보며 그녀와 만나던 순간에 대해 쓰고 있다.
견우 그리고 전 일케 생각해씀미다. 만약 그녀를 다시 만나면 뭔가 달라진 모습을 보여주
자... 더 이상 시간을 허비하지 말자... 그녀와 내 미래를 위해서...
- 108. 스쿼시 경기장.
혼자서 운동복을 입고 라켓과 공을 들고 나오는 견우.
공을 벽에 탁 친다.
벽을 맞고 돌아온 공, 견우의 얼굴에 정통으로 맞는다.
아무리 이리저리 피해도 견우의 얼굴로 날아오는 공.
점프컷으로 계속 공에 맞는 견우의 모습이 보여진다.
견우(나레이션) 어떠케 내가 치는 공도 내 얼굴로만 날아오는 걸까여? ㅠ,, ;;;
- 109. 수영장
수영복을 입은 견우, 멋지게 다이빙을 해서 물 속으로 쭈욱 밀려간다.
물 속에서 떠오르는 견우, 갑자기 허우적거리며 난리를 부린다.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보는 사람들.
견우, 익사 직전에 몰려있고-
사람들이 견우를 구하려고 물로 뛰어들어 헤엄쳐가고 있다.
DISSOLVE TO
아줌마들이 쭈욱 늘어서서 벽을 잡고 물장구를 치고 있고,
한 쪽 구석에 견우도 벽을 잡고 물장구를 치고 있다.
- 110. 헬스 체육관
한 근육질의 남자가 역기를 들더니 목 뒤에다 걸치고 앉았다 일어났다 하고 있다.
알통하나 없는 견우, 따라한답시고 간신히 목 뒤에 역기를 얹는다.
앉았다가 다시 일어서지 못하고 앞으로 푹 고꾸라지는 견우.
쿵!!
견우, 역기의 손잡이와 바닥 사이에 목이 껴서 일어나지 못하고 낑낑매고 있다.
눈을 껌뻑거리며 썰렁한 표정으로 견우를 내려다 보는 근육질 남자.
- 111. 검도장
목검을 들고 대련하는 사람들-
한 쪽 구석에 견우가 벽을 보고 한 동작만 열심히 반복하고 있다.
- 112. 견우의 집
밥을 먹는 견우, 숟가락을 든 손이 올라가지 않자 머리를 숙이며 밥을 먹는다.
DISSOLVE TO
견우 전 매일매일 쉬지안코 통신에 그녀와의 일들을 써나가씀미다.
컴퓨터 앞에서 타이핑을 하는 견우. 팔이 아파서 주무른다.
- 113. 피아노 학원.
어린아이들이 도레미파솔라시도를 배우고 있다.
그 옆에서 아이들과 같이 피아노를 배우고 있는 견우.
견우(나레이션) 저는 2년 동안 하루하루를 바쁘게 보내씀미다.
- 114. 몽따쥬
스쿼시를 배우고, 헬스를 하고, 수영을 하고, 검도를 배우고, 통신을 올리고, 피아노를 배우
는 견우.
점점 모든 실력들이 좋아져서 스쿼시도 척척 잘 받아내고, 검도 대련도 하고, 수영도 폼나게
하고, 피아노로 '나비야 나비야'를 자연스럽게 치게 되는 견우.
- 115. 신씨네
견우가 들어온다.
견우에게 시나리오를 받아보다가 토한 직원, 멀뚱이 바라보다가 두려운 듯 얼굴을 돌린다.
--;;;
견우 저, '엽기적인 그녀' 쓴 사람인데여... 오늘 만나기로 해꺼든여? ^^;
직원 네에? (믿어지지 않는 표정)
견우 신씨네에서 인터넷에 뜬 내 글을 보고 그녀와의 이야기를 영화로 만들자고 제의가 와
씀미다. 그녀의 꿈은 결국 제가 이루게 된 검미다. 저는 지금 당장이라도 그녀한테 알려주고
싶지만... 그날까지 참을 수바께 엄씀미다.
<거짓말> 포스터 앞에서 신씨네 직원과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견우.
DISSOLVE TO
- 116. 강이 보이는 나무아래
FADE IN
프롤로그 처럼-
야전삽을 낀 등산가방을 멘 견우가 기차길을 내려다 보고있다.
기차가 멀리 떠나고 있고, 그쪽으로 오는 여자는 없다.
DISSOLVE TO
황혼이 깔리기 시작하고-
견우 오늘 그녀는 오지 안아씀미다. 우리의 약속은 오늘 뿐임미다. 내일이나 모래온다는 보
장도 엄씀이다.
DISSOLVE TO
혼자서 돌들을 들어내고 땅을 파내는 견우, 타임캡슐이 나온다.
떨리는 심정으로 타임캡슐을 꺼내 보는 견우, 2년이란 세월의 무게가 느껴진다.
캡슐을 여는 견우.
툭 튀어나오는 두꺼비.
땅으로 내려앉아 어디론가 가버린다.
견우 이넘이 어떠케 들어가쓸까여? 불가사이임미다. --;;
캡슐 안에는 옛날에 넣었던 것처럼 편지 두 장이 들어있다.
그녀의 편지를 꺼내 바라보는 견우.
편지를 뜯어낸다.
깨알같은 그녀의 글씨-
그녀의 목소리로 읽혀진다.
그녀 견우야 견우야 ? ... , 안녕? 나 너 만나는 동안, 너무 재밌었어. ... 엄마가 너 만나는 거
좋아하진 않았지만... 엄마도 내 고집 꺽을 수 없다는 거 잘 알아... 문제는 내 마음 속에 있
었어. ...네가 알고 있듯이 나... 사랑하던 사람... 죽었어... 너와 처음 만나던 날... 그 사람이
세상을 떠난지 1년 되던 날 이었어. ...나 사실 너한테서 그사람의 모습을 찾으려고 했었어...
그럼 안되는 건데... 미안해. ...나 그사람, 너처럼 전철에서 처음 만났어. 옛날엔 나, 몸이 약
했었거든...
- 117. 몽따쥬(편지 내용)
사람이 가득 찬 전철 안
고등학생의 그녀가 손잡이를 잡고 서있다가 스르르 코피를 흘린다.
팔걸이 옆에 서 있던 그 남자(얼굴은 보여주지 않는다.)가 손수건을 꺼내준다.
손수건으로 코피를 닦는 그녀.
전철역 승강장
벤치에 앉아있는 그녀와 그남자, 그녀가 손수건을 돌려준다.
그녀 (편지)우린 그렇게 만났어. ...그 사람... 내가 원하는 건 뭐든지 해줬어.
...너처럼...
석촌호수
그녀 날 위해서 물 속에 뛰어들 수 있어?
그남자, 물로 뛰어든다. 좋아서 입이 벌어지는 그녀.
그남자, 호수 속에서 그녀에게 물을 끼얹는다. 깔깔 웃으며 달아나는 그녀.
교실
여자 고등학교 교실
그 남자가 수업시간에 문을 벌컥 열고 들어와 그녀에게 장미 한 송이를 내밀어 준다.
여학생들과 선생님, 멍하니 바라보고 있고-
그녀, 행복감에 젖어있다.
스쿼시 경기장
그 남자와 스쿼시를 하고 있는 그녀.
검도장
그녀와 그 남자, 검도를 하고 있다.
까페
멀리 보이는 옥상에서 석양을 배경으로 남녀가 손을 맞잡고 춤을 추고 있다.
석양빛을 받은 그녀와 그 남자, 그 환상적인 광경을 경이롭게 바라보고 있다.
산
등산을 하며 손을 잡아주는 그 남자.
나무아래
그녀, 무릎에 그 남자를 눕히고 강가를 바라보고 있다.
두 사람의 행복한 모습, 산들바람이 나뭇잎을 가볍게 흔들고 있다.
그녀 (편지)우린 그 나무 아래서 미래를 약속했는데... 근데 그 남자...죽고 말았어..
강가
그녀와 그 남자의 母, 멀리서 배를 타고 뼛가루를 뿌리는 그 남자의 父를 바라보며 울고 있
다.
그녀 편지 난 그 ( ) 남자한테서 영원히 벗어날 수 없다고 생각했어. 나 너를 만나고 있는 동안
에도 ...그 사람 어머니 가끔 만났어... 그 사람 어머니... 날 얼마나 위해주는지 몰라... 가끔
좋은 남자 있다고 소개해 주시겠다는데... 그럴 수 없잖아... 나... 너를 처음 만나던 날... 그
나무 아래에 왔었다. 나... 그 남자한테 기도했어... 너무 괴로워서 ...벗어날 수 있게 해달라
고...
전철 안
전철에 치일 뻔 하는 그녀를 견우가 구해주는 장면-
이어, 팔걸이 옆에 팔짱을 끼고 서있는 견우의 모습.
코피 흘리는 그녀를 바라보던 '그 남자'의 모습과 견우가 잠시 겹쳐진다.
그녀 너를 만난 순간 난 생각했어... 그 사람이 견우... 널 소개해준 것이 아닐까 하고 ...근데
...너를 만나면 만날수록 ...내 마음속에 있던 그 사람이 질투를 하고 있는 것만 같았어... 네
가 좋아지는 만큼 죽은 그 사람한테 죄책감을 느껴지는 거야... 그래서... 난 ... 네가 없는 동
안, 그 사람을 나 혼자서 잊어보고 싶었어... 그렇지 않고 너를 만나면 너한테도 잘못하는 거
잖아, 그치? 만약 2년 후에도 내가 네 옆에 없다면 난 아직 용기가 없는 거야. 2년이 지나면
우린 어떻게 변해 있을까... 마치... 넌 미래에 살고 있고... 난 과거에 머물러 있는 느낌이야...
빨리 다시 만나서 네 편지 읽고싶어...
편지를 보며 눈물을 글썽이는 견우.
견우, 나무와 강물을 바라보며 예전과 다른 느낌을 갖는다.
주변이 어두워져 가면서 나무와 견우가 씰루엣으로 남아있다.
견우(나레이션) 저는 그날 이후, 시간만 나면 그 자리에 찾아가씀미다. 혹시 그녀가 와따가
지 아나쓸까... 올 때마다 타임캡슐을 열어봐씀미다.
DISSOLVE TO
- 118. 나무아래
견우가 다가와 돌들을 들치고 타임캡슐을 꺼내본다. 그녀의 편지와 견우의 편지가 변함없이
들어있다.
그녀의 편지를 다시 읽어보는 견우.
DISSOLVE
- 119. 동. 나무아래
낙엽이 뚝뚝 떨어지는 나무 아래-
DISSOLVE-
눈이 쌓인 나무, 타임캡슐 자리의 돌무덤에도 눈이 소복히 쌓여있다.
DISSOLVE-
나무에 파릇파릇 잎이 돋아나고 있다. (그 위에)
견우 저는 가끔 그녀가 했던 말을 생각해봅미다. 내가 왜 존재하는 것일까... 난 정말 그녀를
위해 존재하는 것일까... 차라리 그녀가 과거의 추억 속에 살고 있는 것이 낫지 않을까...
- 120. 동. 나무아래
다시 여름이 된 동산의 나무.
롱숏으로 보여지는 화면-
늙은 노인이 지팡이를 짚고 힘겹게 다가가 돌무덤을 바라보다가 그 옆에 앉아 담배를 피운
다.
가까이 다가가면 견우가 늙은 것같은 생김새의 노인이다.
멀리 아래로 흐르는 강물과 지나는 기차를 보고 있다.
얼굴에 보이는 세월의 주름.
그 노인 아래로 한 여자가 올라오고 있다.
놀란 듯 눈을 크게 뜨고 바라보는 노인.
여자가 가까이 다가오면, 바로 그녀다.
가까이 다가와 나무에 기대서 강물을 바라보는 그녀.
노인이 그녀를 뚫어져라 바라본다.
그녀 왜 자꾸만 그렇게 쳐다 보세요?
노인 응... 너무 이뻐서... 선녀가 올라오는 줄 알았어.
그녀 *^^*
노인 ...
그녀 할아버지는 여기 자주 오세요?
노인 가끔 오지... 이 나무에 비밀이 있거든...
그녀 저도... 이 나무 아래에 비밀이 있어요.
노인 ...그래?
그녀 삼년 전에 남자친구하고 이 아래에 편지를 묻어놨어요. ...할아버지의 비밀은 뭐예요?
노인 ...그래서?
그녀 ...묻어놓은 편지... 작년에 만나서 꺼내 보기로 했었는데...
노인 ...일년이나 늦었네?
그녀 ...네. ...올 수가 없었어요 ...2년은 긴 시간이 아니더라구요... 전 아무 것도 결정하지 못
했어요. 그동안 ...바보같은 생각만 하고 있었으니까...
노인 어떤 생각?
그녀 우리가 만날 운명이라면... 어디선가 우연히 마주치게 되지 않을까...
노인 운명은 말이야... 노력하는 사람한테는 우연이란 다리를 놓아주는 거야.
그녀 ...(미소)
노인 ...나 사실은 이 아래에 묻힌 편지들을 봤어.
그녀 ...!
노인 이 나무에 비밀이 있다고 했지?
그녀 ...네.
노인 잘 봐... 예전에 그 나무하고 같은 나문가?
그녀, 나무를 찬찬히 훑어본다.
그녀 ...조금 변한거 같지만 잘 모르겠어요.
노인 죽은 사람과... 산 사람이 있지... 그것처럼 죽은 나무와 산 나무가 있어.
그녀 ...?
노인 작년에 여기에 있던 나무는 벼락을 맞았어... 두 쪽이 나서 죽었지... 근데... 그걸 가슴
아파하던 젊은이가 있었어... 올 봄에...어디서 찾았는지 ... 전에 있던 나무하고 똑같이 생긴
이 나무를 옮겨와서 심었지...
그녀, 노인의 말을 들으며 눈물이 핑 돈다.
노인 젊은이가 나무를 심고 있을 때... 나한테 물었지... 옛날 그 나무하고 똑같이 보이냐고...
나무가 죽은 걸 알면 가슴 아파할 사람이 있다면서...
누구도 눈치채지 못해야 한다고 했어.
그녀 (글썽이며)짜식!
노인, 일어나서 아래로 내려가고 있다.
그녀, 눈물을 글썽이며 나무를 바라보며 만져보다가-
돌을 치워내고 땅을 파본다.
땅 속에서 드러나는 타임캡슐.
조심스럽게 열어보는 그녀.
안에서 두꺼비가 툭 튀어나간다.
깜짝 놀라는 그녀, 다시 캡슐 안을 보면-
안에는 견우가 쓴 편지들로 가득차 있고, 그녀의 목걸이가 있다.
목걸이를 바라보는 그녀, 이어 편지들을 꺼내보며 눈물을 흘린다.
그때, 하늘로 UFO가 지나가고 있다.
놀라서 바라보는 그녀.
DISSOLVE TO
- 121. 강가
그녀, 목걸이를 바라보고 있다가 힘껏 강물로 던진다.
물 속으로 빠져서 가라앉는 목걸이-
- 122. 기차안
핸드폰을 꺼내 전화를 하는 그녀.
전화 (여자소리)지금 거신 전화번호는 결번이거나 사용이 중지 된 번호임미다. 다시 확인하
고 걸어주시기 바랍니다. 유 코러 롱 넘버 오아 더 다이얼 넘버 이즈 나린 썰비스. 프리스
코러겐...
그녀, 그 소리를 들으며 울음과 웃음이 섞여버려 감정을 잘 추스리지 못하고 있다.
- 123. 그 까페
까페에 앉아 커피를 홀짝이는 그녀. 무심코 창밖을 바라본다.
석양을 배경으로 두 남녀가 손을 마주잡고 춤을 추는 모습이 보인다.
붉은 햇살에 반짝반짝 빛나는 두 사람의 춤.
그들을 보며 활짝 웃고 있는 그녀.
- 124. 지하철 역
그녀가 지하철역에 서있고, 전철이 들어온다.
문이 열리고 안으로 들어가는 그녀.
이어 층계에서 뛰어오는 견우, 문이 닫히며 손이 낀다.
그녀는 뒤돌아 서있어서 견우를 보지 못하고-
문이 다시 살짝 열렸다 닫히자 견우, 포기하고 뒤로 물러선다.
전철이 출발하고, 문 밖의 견우가 멀어지고 있다.
- 125. 고급 레스토랑
그녀가 레스토랑 안으로 들어온다.
전망이 좋은 자리에 혼자 앉아있는 초로의 여인, 그녀를 보더니 그윽한 미소를 띠며 일어선
다.
'그 남자'의 母다.
그녀 어머니!
그 남자의 母, 그녀를 덥썩 껴안는다.
그녀 하나도 안 변하셨네요. 건강하시죠?
그남자의 母영국에 갔다 왔다구?
그녀 예... 일년 반쯤 있었어요... 그 사람 잊을려고 많이 애 썼어요.
그남자의 母(글썽이며) 그래... 이제 마음 많이 편해?
그녀 네 ...많이요...
그남자의 母정말인 거 같은데? 우리 애... 하늘나라에서 섭섭해하겠어?
그녀 아녜요... 더 좋아할 거예요.
그남자의 母그래... 그래... 나도 그걸 얼마나 바랬는지 알지.
끄떡이는 그녀, 활짝 미소를 짓는다.
그때, 한 남자가 그녀의 옆자리로 뚜벅뚜벅 걸어와 선다.
견우 고모! 여권 사진 찍고 있는데 전화를 하면 어떻게 해여?
그녀, 올려다보면 견우가 서있다.
그남자의 母, 벌떡 일어서더니 견우의 볼을 잡고 비벼대더니 뽀뽀를 해댄다.
그남자의 母이놈의 자식아! 이놈아 미꾸라지 같은 놈아! 이게 몇 년 만이냐? 응? 이놈아!
견우, 앉아있는 그녀를 뒤늦게 발견하더니 눈이 휘둥그래진다.
눈물이 고이고 있는 그녀와 견우, 헛웃음도 나온다.
그남자의 母내가 말도 없이 이렇게 불렀어. 견우라고... 내 조카야... 그애하고 많이 닮았지?
... 너 맘 고생할 때... 몇 년 전부터 너한테 이놈 한 번 소개할려고 오라고 그랬더니, 미꾸라
지처럼 요리조리 빠져 다니는 통에... 너 부평에 자주 왔었다며? 그런데도 고모한테 한 번
안들려?
그녀와 견우, 고모의 말을 듣는 둥 마는 둥 마주보며 눈물을 글썽이고 있다.
그남자의 母한 번 사겨봐 ...이놈이라면 너 마음 편하게 해줄 거라고 생각했거든... 맞아,
(견우에게)너두 영국에 간다고 그랬지? 얘는 벌써 갔다 왔으니까 물어보면 많이 도움이 될
거다, 아마.
견우 (글썽글썽)이제... 안가도 대여!
그남자의 母왜...? (표정들을 보고) ...서로 아는 사이니?
고개를 끄떡이는 그녀, 참았던 눈물이 왈칵 쏟아진다.
견우, 그녀에게서 눈을 떼지 못하고 있고-
그남자의 母...?
그녀 (견우에게) 못 믿겠지만 ...나... 미래인 만난 것같애! ...바로 너의 미래...
미소짓는 견우와 갸우뚱거리는 고모.
카메라가 뒤로 돌아 탁자 아래를 비추면, 눈물이 그렁그렁한 그녀, 견우의 손을 잡는다.
두사람의 손, 다시는 놓지 않을 듯 보인다.
그 위에 엔딩 타이틀이 떠오르며-
FADE OUT-